친구의 선물-그것은 행복
친구에게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쇼핑백을 열어 박스를 꺼냈다. 머그컵 정도 크기의 박스는 밤색 리본으로 단정히 꾸며져 있었다. 그 리본이 박스의 상단임을 알려주는 듯했다. 박스를 열자, 안에는 포장지가 돌돌 말린 채로 무엇인가를 감싸고 있었다. 여러 겹의 포장지를 보니, 선물이 깨지기 쉬운 고가의 물건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포장지를 한 겹, 두 겹 벗겨낼 때마다 설렘이 더해졌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은 고운 빛깔의 도자기였다. 도자기 용기는 머그컵처럼 둥근 형태를 하고 있었고, 표면에는 브라운 계열의 그림과 패턴이 그려져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달마상의 그림이었다. 갈색으로 간결하게 그려진 달마상은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 속에서도 힘이 느껴졌다.
달마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행운을 가져다주는 상징으로 불교 미술에서 애용된다. 달마상의 왼쪽에는 큰 붓으로 힘차게 쓴듯한 한자 ‘佛’ 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역동성과 에너지가 전해졌고, 그 아래의 ‘心’ 자는 불자를 받치고 있는 듯했다. 이 조화로운 구성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도자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도자기의 뚜껑은 갈색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중앙에는 줄이 묶여 손잡이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줄은 뚜껑에서 이어져 물고기 모양의 나무 장식으로 연결되었다.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고 수공예적인 매력이 가득했다. 따뜻한 색감과 독특한 디자인은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어졌음을 짐작하게 했다.
달마상과 '佛'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했다.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려는 것 아닐까? 친구는 이 선물을 통해 내 마음을 꿰뚫어 본 것 같았다. 그 배려와 따뜻함에 감동이 밀려왔다.
그런데 이 선물의 정체는 도자기 용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풍경(風磬)’이었다. 처마 끝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며 맑은 소리를 내는 것을 우린 절에서 들어 본 적이 있다. 바로 그것이 풍경이었다. 나는 풍경이 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상상해 보았다. 처마 끝에서 절의 안전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존재일까? 아니면,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스님과 신도들에게 항상 깨어 있음을 상기시켜 주는 수행의 본보기일까?
그렇다면 집에서 풍경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그저 행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풍경이 우리 집에 머무는 동안,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길 바랐다. 그리고 이 풍경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다. 반려견에게 이름을 주듯, 이 풍경의 이름은 ‘행복’이다.
불교는 행복을 전파하는 진리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풍경’도 그 가르침을 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행복, 우리 집에 잘 왔어. 행복하렴. 우리 함께.”
이 풍경이 전하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온 집 안에 가득 울리길, 그 울림이 작은 행복으로 계속 번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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