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서사 04]고독의 결정(結晶), 얼어붙은 시간

by 박순동

고독의 결정(結晶), 얼어붙은 시간

박순동


겨울의 한복판에 서면 고독은 더 이상 추상적인 단어가 아닙니다. 그것은 살갗을 파고드는 투명한 얼음 가시가 되어, 내가 살아있음을 통증으로 증명합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새벽의 눈길을 걸으며, 나는 내 등 뒤로 길게 이어지는 단 하나의 발자국을 응시합니다.

혼자라는 것은 누군가와 연결되지 않았다는 결핍이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서늘한 엄숙함입니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눈 아래 파묻힌 이 고요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 안의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움조차 얼어붙어 고체화된 이 밤, 고독은 차가운 벽이 아니라 나를 지탱하는 유일한 뼈대가 됩니다.

이 지독한 추위 끝에 무엇이 남을지 알 수 없으나, 나는 이 고독의 결정을 깨뜨리지 않고 가만히 품어 안기로 합니다. 가장 추운 곳에서만 피어나는 얼음꽃처럼, 나의 고독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순수한 진실일지 모르기에.


26.1.14. 순동. 고독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넘어,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정화의 시간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겨울 서사 시리즈는 어제(수요일) 올려야 했으나 제가 다른 일로 잠시 잊어 버렸습니다.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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