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밤의 독백

by 박순동

비 내리는 밤의 독백

박순동


어디선가 조용히 시작된 빗소리가 잠든 나를 창문 두드리듯 깨웠다. 처음엔 나뭇잎 위를 톡톡 건드리는 정도였는데, 어느새 지붕을 치고 담장을 넘어 골목길을 적시는 소리로 깊어졌다. 그 소리에 기어이 새벽잠을 잃고 말았다.


꿈과 현실 사이, 문득 들려온 천둥 한 줄기. 마치 누군가 나를 부르기라도 하듯 낮고 깊은 소리였다. 당신이었다. 당신의 음성처럼 낯설고도 익숙한 천둥. 나는 그대로 숨을 멈춘 채 귀를 기울였다.


여전히 비가 내리는 새벽 4시 30분, 내 안에는 수많은 소리들이 요동친다. 젖은 거리의 빗방울들, 흘러간 날들의 기억,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 외로움이란 이름은 참 잔인하다. 그건 누가 떠났다는 사실보다 지금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더 선명히 드러내니 말이다. 빗소리는 그런 마음을 더 고요하게, 더 깊게 흔든다.


지금 이 순간, 내 방으로 생생히 들려오는 빗소리는 마치 나를 향해 속삭이는 듯하다. "너는 지금, 혼자다." 나는 가만히 앉아 비 내리는 창밖을 내려다본다. 골목길 희미한 불빛만이 창밖의 어둠을 밝히고, 그 사이로 잠시 잊고 있던 마음의 결들이 드러난다.


새벽녘 빗소리와 함께 그리움은 예고 없이 내게 스며들었다. 비는 모든 것을 씻어내는 듯하면서도 이상하게도 마음속 허기만 더 또렷이 남긴다. 비가 내릴수록 허기진 마음은 더해져 당신이 더욱 그리워진다. 당신이란 이름으로 허기진 외로움을 껴안으며 새벽이 밝아오는 창밖을 본다.


전깃줄에 맺힌 물방울이 하나둘 뚝뚝 떨어지고, 골목 가로등 아래 작은 웅덩이에 물이 고여온다. 비가 그친 뒤, 다시 오지 않을 그대와의 새벽을 떠올리며 이 여름밤을 통과해야 한다.


2025.7.17. 순동. 새벽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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