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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2화. 좋은 선생님이라는 착각

꽃을 그리고, 노래를 불러주던 어여쁜 아이들이 있었다.

by 마음리본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실제와 무관하게 재구성된 허구이며,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노란 투피스 여선생.png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1학년 교실,

꼬물거리며 앞문으로 들어와 인사하는 아이들.

한 명 한 명 눈맞춤 인사.

눈빛만 봐도,

오늘 기분이 어떤지,

졸린지, 학교 오는 길이 힘들었는지 알 수 있다.

어떤 날은 하이파이브로,

어떤 날은 가위바위보로,

인사 방법도 바꿔본다.

옷을 걸고, 가방을 정리하고,

학기초 루틴대로 아침 독서를 하는 아이들...


“자, 아침 열기 시간이에요. 모두 교실 중앙으로~”

교사는 한 아이의 손을 잡고 무작정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낮고 조용한 노랫 소리.

“어여쁜 동무들 모여서 빛나는 햇님을 만들어요.

두웅글게 두웅글게 손잡고~~~~”

이 부분에서 뜸을 들인다.

아직 원이 둥글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눈치껏 들어가고 나오고를 하며

예쁜 햇님 원을 만든다.

“비잋나는 햇님을 만들어요~~~!”


원으로 모인 후 침묵........


이쯤 되면 아이들은 선생님이 무얼할까 까만 눈동자를 굴리며 쳐다본다.

“4월의 시를 낭송할게요. 선생님을 따라하세요. 4월의 시!”

“4월의 시!”

오물오물 작은 입들이 야무지기도 하다.

“공부는~”

“공부는~”

“나의 눈과 선생님의 눈이

나의 마음과 선생님의 마음이 만나는 거에요.

공부하는 어린이는 온 세상을 화안하게 비쳐줘요.

공부하는 어린이는 다른 사람이 말할 때에는 자알 듣고,

내가 말할 때에는 크고 바른 자세로 말해요!”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들은 갑자기 차렷 자세로 큰 소리를 낸다.

‘크고 바른 자세로 말해요!’


엉덩이를 비비 꼬고, 주저 앉으면서도

선생님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는

40개의 눈망울들...

삼남의 마음에 무한한 환희가 차오른다.


개나리가 피기 시작한 날, 진달래 화전을,

학교 정원이 초록빛으로 물들 무렵,

수박 화채를 함께 먹었다.

체험 마을을 찾아가 감자캐기, 물놀이를 하고,

추석맞이 송편을 만들고,

강강술래를 하며 강당을 뛰어다녔다.

곧 떨어질 듯 벼가 한없이 고개를 기울이는 가을,

고구마 캐기, 트랙터 타기, 썰매 체험을 했다.

도시의 아이들에겐 모든 게 신기한 경험이었다.


단풍 나무에 빨간 물이 든 가을 어느 날,

운동장에서 실컷 사방치기를 한 후

찍은 단체사진 한 컷.


“가을날, 단풍 나무 아래 우리 반 친구들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입니다.

1학년의 가을이 가는 게 아쉽네요.

아름다운 가을을 선물해 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학급 온라인 소통방에 달린 어느 학부모의 댓글...

열정적인 교사와 그걸 알아주는 학부모들이 있었다.



선물받는 선생님.jpg


그리고

꽃을 닮았다며,
선생님의 얼굴 옆에 꽃을 그려주던
어여쁜 아이들.


다음 해,
“선생님 덕분에 한글을 알게 되었어요.”
맞춤법 하나 틀리지 않고 꾹꾹 눌러 쓴 편지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3월 2일, 중국에서 건너와 한국말 한 마디 못하던 아이.
1년이 지나 맞춤법을 완벽히 익혀
투명한 영혼으로 웃음을 건네던
순수한 아이가 있었다.


카프라라는 작은 나무토막으로
‘오삼남’이라는 이름을
교실 바닥 가득 써놓고는,
그 길을 따라 걸어오라 손짓하던 아이들.


촛불을 들고,
불을 끄고, 숨죽이며 기다리다
“와륵!” 하고 외치며
환하게 웃던 아이들.

그리고 이어진 노래 한 줄.
그 노래 속에 담긴 사랑으로
삼남은 빛났다.


촛불 오삼남.png




누구보다 교육에 진심이었던 삼남,

그 삼남이 어떻게 무너지게 되었을까요?


한 주간에도 고생많으셨습니다.

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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