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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BTS_당신의 '봄날'은 언제인가요?

질 땐 나팔꽃처럼, 아름다운 그 순간처럼...지금이 화양연화이길

by 마음리본

어느 봄날


아직 매서운 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 첫 주,

아이들과의 첫 만남은 늘 두꺼운 패딩으로 시작한다.

새로운 학년, 새 학기는 아이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첫 만남엔 항상 책상을 ㄷ자로 밀고 둥글게 모여 앉아

'서클'을 연다.

서먹함을 해소하는 놀이와

새 학년을 시작하는 소감,

앞으로의 기대감등을 나누는 생활지도의 한 방법이다.



첫 서클에서 서먹함을 지우기 위해

노래 한 곡을 들려준다.

방탄소년단의 <봄날>


<봄날>은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가 아는

방탄소년단의 대표곡이다.

‘WINGS 외전: YOU NEVER WALK ALONE'에 수록된 이 곡은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과 어둠도 이겨나갈 수 있다'

앨범의 테마처럼

그리운 친구에 대한 만남을 기대하며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감성적인 뮤직비디오 화면 속에 잘 녹아있다.



https://youtu.be/xEeFrLSkMm8?si=86DXoDRv2JEgKU_8

"보고 싶다 이렇게 말하니까 더 보고 싶다
너의 사진을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너무 야속한 시간 나는 우리가 밉다
이제 얼굴 한 번 보는 것조차
힘들어진 우리가"


내가 처음 BTS를 제대로 본 건

<봄날> 2017 MMA 공연이었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아이돌이 한참 뜬 해였다.

그때는 1학년을 담임하고 있어

당시 유행하는 노래를 잘 몰랐다.

(아이들이 알려주지 않으면

유행에 바로 뒤처지는 교사다)


청바지와 흰 티셔츠 차림.

서정적인 가사와 싱잉랩, 아름다운 보컬들의 노래,

무엇보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안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단순한 아이돌의 춤이 아닌 예술 작품 같았다.

벚꽃이 휘날리는 듯한 지민의 안무는 황홀하다는 느낌마저 주었다.


그날부터였을 것이다.

방탄의 그간 행적들을 찾아보고, 앨범을 찾아 듣고

뮤직비디오, V-LOG, 인터뷰...

초창기 어린 멤버들의 장난기 어린 행동들,

그러면서 서로를 다독이고 위로하고

갈등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

그냥 하나의 서사 같았다.

방탄의 팬들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서로에게,

7명이라는 공동체에 진심인지,

그리고 아미들을 향한 사랑에 진심인지...


거기에는 내가 항상 맡은 반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존중과 배려, 협력, 하나라는 마음,

공동체가 가져야 할 미덕이

모두 담겨있었다.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앨범 시리즈는

설명하면 입이 아프니

모르시는 분들은 아래 영상을 참고하길 바란다.

https://youtu.be/17QaIQrmXbw?si=JMWoYyPM3mc5Ur5u

봄날이 수록된 <YOU NEVER WALK ALONE>은

청춘과 성장의 서사를 이어가며,

아픈 세대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앨범이다.

화양연화 앨범은 전체가 명곡이라 할 정도로

청춘의 절망, 외로움, 자기혐오를 극복하고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이 너희들의 삶에

화양연화가 되길...


그리움들이 얼마나 눈처럼 내려야
그 봄날이 올까
Friend


노래를 들려준 후 아이들에게 하는 당부,

앞으로 함께 만드는 1년이라는 시간이

너희들의 삶에 두고두고 기억될

'화양연화'였으면 좋겠어.

<봄날>의 가사처럼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은 그런 날들을

만들도록 우리 함께 노력하자꾸나.


그리고, 이어서 들려주는 시가 있다.

조금 올드하지만, 김춘수의 '꽃'


- 김춘수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중략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지금은 우리가 하나의 몸짓에 불과하지만

학년을 마칠 때쯤이면 서로가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었으면 좋겠다."



✨단짝 친구가 된다는 것?


"저는 단짝 친구가 없어서 슬퍼요."

아이들은 항상 단짝 친구를 만들려고 한다.

혼자 있는 아이는 내 편이 없는 것 같아 불안해한다.

때론 힘이 센 무리들에게 타깃이 되기도 한다.

목소리가 크거나, 힘이 세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센 아이들 위주로 한번 반 분위기가 형성되면

담임도 컨트롤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게 된다.

약한 아이, 목소리가 작은 아이를

은근히 비난하고 소외시키는 게

일상인 학급은 정글과 같다.


이건 학기 초부터 싹을 잘라야 한다.

모두가 동등한 교실,

목소리가 작은 아이도 발언권을 얻는 교실,

서클이라는 안전한 공간 안에서

힘든 순간을 용기 있게 말하고, 사과하고, 서로 위로해 주는 학급


단짝 친구를 만들려고 하지 마라.
모두가 서로에게 단짝 친구가 되자!
절대 둘이서만, 셋이서만, 우리끼리만
친구야 라고 하지 말자!


초장부터 우리 반에는

왕따가 없어야 한다는 선전포고이자

분위기 조성 하는 것이다.


모두 같은 친구이고,

힘든 친구, 소외된 친구를 보면

위로하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교실 안에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네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

너의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그런 마음으로 친구를 바라볼 것을.

아니, 이에 반하는 행동은 우리 반에서 용납되지 않음을

단호히 말해 주는 것이다.


<존중이란?> 학생 작품


✨추운 겨울 끝을 지나, 다시 봄날이 올 때까지


부모로부터 점차 벗어나

또래 집단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자존감을 형성해 나가는 초등 고학년 아이들에게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존중감, 안정감,

인정받는 느낌은 매우 중요하다.


"벚꽃이 피나 봐요 이 겨울도 끝이 나요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추운 겨울 끝을 지나 다시 봄날이 올 때까지
꽃 피울 때까지 그곳에 좀 더 머물러줘
머물러줘"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 주길,

때론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친구를 돌아보고

봄날이 되어주길

위로와 희망이 되어줄 수 있기를.


4월, 5월, 6월...

아이들과 함께,

지나 보면 눈이 부시게 시릴

그 함께함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선생님, 선생님은 그런 친구가 있으세요?

지금 떠올리면 시리고 보고 싶은 추억 속 친구요?"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우리 반 똑똑이 여자 회장이 묻는다.


"그럼, 당연히 있지. 지금도 기억나.

여고 시절 벚꽃 나무 아래에서 떨어지는 벚꽃 쳐다보면서

사진 찍고, 같이 노래 부르고, 도시락 까먹었던 친구,

쉬는 시간에 1분이라도 더 얘기하려고

종이 쳐야 헤어졌던 친구,

그땐 톡이라는 게 없어서

수업 시간에 연애편지 쓰듯 그 친구랑

쪽지도 주고받고 그랬어.

함께 했던 그 여고 시절이

선생님 마음속에 시리도록 보고 싶고 돌아가고 싶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서

오늘을 살게 하는 것 같아."


"에이, 선생님. 우리한텐 수업 시간에

수업 외에 아무것도 못하게 하시면서

선생님은 딴짓 많이 하셨네요.

억울해요. 수업 2분 전에 자리에 앉아

다음 시간 수업 준비하라고 하셔 놓고 선.."


"그러니까, 너희들은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 되라고 그러는 거지.

자, 이제 공부할 시간인가 부다. 책 펴자.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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