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 Mar 29. 2023

2년 만의 만남

내가 살아가는 방식(2023/03/11의 기록)

연락만 하던 일본인 친구를 오늘 처음 만났다. 이 친구와는 외국어교환어플에서 알게 되었는데, 깨닫고 보니 어느샌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락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실제가 아닌 앱 상에서의 관계이다 보니 이 관계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계속 연락이 이어졌고, 우리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몇 번의 전화통화와 문자들을 이어갔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이 친구가 서울로 여행을 오게 되면서 연락을 이어간 지 2년 만에 우린 만나기로 했다. 낯도 많이 가리고, 일본어도 그리 잘하지 못하는 나는 만나기 전부터 이미 긴장상태였다.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하였는데, 나는 한국에 놀러 온 그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맛보게 해줘야 한다는 왠지 모를 사명감까지 있었다.


우리의 약속장소는 명동역이었다. 오랜만에 간 명동은 코로나로 인해 죽어있던 모습을 완전히 극복한 상태였다. 원래도 그랬지만 모든 외국인들이 명동에 다 모여있는 느낌이었다. 여기저기 일본어, 중국어, 영어가 들려오면서 예전의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리던 그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명동 역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나를 보고 손을 힘차게 흔드는 사람이 보였다. 바로 그 친구였다.


친구는 우리가 온라인 속에서만 알고 지낸 사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너무나 친근감 있는 인사를 건넸다. 그에 어색해하던 나도 긴장감이 풀려 자연스럽게 그녀를 대할 수 있었다. k팝을 너무나 좋아하는 그녀는 좋아하는 가수의 말을 이해하고 싶어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 덕에 나의 한국말을 거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늘은 그녀는 나와 절반이상은 한국어로 대화를 했다. 그녀와 함께 온 다른 일본인 친구는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해 나는 그녀를 생각하여 일본어를 섞어가면서 이야기를 했다. 서로 만난 것은 처음이지만 그동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우리였기에 이야기는 잘 통했다. 이야기를 하며 내가 고심 끝에 고른 삼겹살 집으로 그녀들을 데리고 갔다. 일본에서 파는 삼겹살은 맛이 없다며 한국에 오면 꼭 한국식당의 삼겹살을 먹어보고 싶다던 그녀들이었기에 며칠 전부터 찾아봤던 식당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그곳에서도 이미 절반 이상은 외국인이었다. (역시 삼겹살은 우리만 맛있는 게 아닌가 보다) 일본에서 파는 삼겹살은 맛이 어떤지 궁금하여 그들에게 물어보니 일본에서 파는 삼겹살은 얇고 비싸 자주 사 먹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난 무려 오겹살을 시키고는 거기다가 냉면과 된장찌개까지 시켰다. 오겹살을 한 점 먹어본 그녀들은 너무 맛있다며 '上手い'(우마이)와 美味しい'(오이시)를 남발했다. 역시 이 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줄 알았다. 실제로 듣는 그 표현들이 너무나 신기했고 귀여웠다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처음의 어색함은 눈 녹듯 사라지고 없어졌다. 여러 이야기들을 하며 밥을 먹는데 갑자기 그녀가 내게 선물을 건넸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미처 준비하지 못한 선물을 챙겨준 그녀가 너무나도 고마웠고, 큰 감동을 받았다. 쇼핑백 안에는 지브리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지브리굿즈샵에서 산 물건들과 일본 과자들, 편지가 들어있었다. 너무 고마웠지만, 한 편으로는 나는 아무것도 준비를 못해 그녀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워홀을 가기 전 나도 한국에서 이것저것 사서 그녀에게 선물로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화를 하면서 그녀의 한국말 실력이 너무 좋아 여러 번 놀랐다. 처음에 대화를 했을 당시보다 실력이 많이 늘어 그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1n년간의 애니메이션으로 듣는 것은 거의 다 되는 나지만, 말하는 것은 아직까지 많이 서툴러 얼마 남지 않은 워홀을 가기 위해서라도 정말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카페도 가고 한국인이라면 빠질 수 없는 인생 네 컷도 찍고 하다 보니 그녀들과 급속도로 친해졌다. 내친김에 라인 단톡방까지 만들었는데, 이름하여 친구들과 내 이름을 따서 만든 'せまみ'(세마미) 방이다. 이렇게 단톡방까지 만들어지니 여기서 끝나는 인연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인연같이 느껴져서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어떻게 보면 2년이라는 기간 동안 계속 연락을 이어가고, 실제로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이렇게 계속 이어졌고, 또 만난 그녀가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었다. 일본에 가면 이것저것 같이 하자고 벌써 스무 가지가 넘는 약속을 했다. 이미 일본에 아는 사람이 2명이나 있다는 것이 내게 너무나 큰 든든함을 준다. 정말 그녀들 덕분에 나의 일본생활이 기대가 된다. 걱정과는 달리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고, 그만큼 행복한 하루였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나약한 인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