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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Oct 14. 2023

강렬했던 첫 순간들은 언제나 끝나고 만다

주절거림

좋아하는 가수가 이번에 신곡을 냈다. 이 가수를 좋아한 지도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 이 가수의 노래를 들었을 당시, 처음 들어보는 완전한 내 취향의 노래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 가수는 소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디가수였는데, 그 당시 룸메이트의 추천으로 처음 들어보게 되었다. 그때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구나라는 것을 처음 느꼈던 것 같다. 그동안 좋아하는 가수와 아이돌이 딱히 없었던 나로서는 굉장히 신선한 기분이었다. 그 이후로 그 가수와 관련된 공연과 노래와 영상들을 미친 듯이 찾아보며 나는 나의 욕구들을 채워나갔다. 이때 처음 인디의 문을 열게 되어 이 이후로는 다른 인디가수들도 찾아보며 남들이 모르는 인디노래들을 하나씩 찾아 플레이리스트를 채워나가는 것이 나의 하나의 취미가 되었었다. 그렇게 이 가수로 인해 나의 음악적 취향이 변했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점점 내가 좋아하던 그 가수의 그 강렬했던, 처음에 나를 이끌리게 만들었던 무언가가 조금씩 옅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이번에 발매한 신곡에서는 내가 기대했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어 반가움보다는 노래를 듣자마자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먼저 생겨났다. 그렇게 어느 순간 나는 그 가수에게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이 조금 슬펐다. 사람이란 발전을 하고, 좀 더 성장을 해나가며 변해가기 마련인데, 나는 그 가수가 영원히 내가 좋아하던 그때의 그 예민했던 감성 그대로이기를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여태껏 지키기 어려운 일을 원하고 있었다. 나조차도 불과 1-2년 전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이 다르고, 한 달 전의 나와 지금의 난 또 미묘하게 다른데 그의 창작물에 어떠한 발전도 변화도 없이 그대로이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이 돌아가기를 가장 원하는 그때로, 그 당시의 나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고, 변화 없는 인간이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쉬움이라는 감정은 어쩔 수 없이 들고야 말았다. 아마 앞으로는 이 가수의 예전노래들을 추억하며 그 속에 갇혀 그때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을 테지만, 그래도 어떻게 보면 그의 음악 인생 속에서 나의 취향에 꼭 들어맞았던 순간을 만날 수 있어 너무나 다행이었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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