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필이지만 손 편지만큼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

by 구름

글씨가 예쁘지 않은 탓에 펜을 붙잡고 글 쓰는 일을 싫어하지만 그래도 손 편지의 감성만큼은 좋아한다. 모든 기록과 메모 혹은 공부 전부 디지털에 기대고 있는 나이지만, 편지만큼은 아날로그인 손 편지가 좋다. 그 사람을 생각하며 고른 편지지에 한 글자 한 글자 나의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적어 내리면서, 오로지 그 사람만을 위한 세상에서 단 한 장뿐인 편지를 쓰는 행위는 단순히 ‘편지를 쓴다’라는 의미를 넘어선다고 생각한다. 그 행위 안에는 그 사람과 나만 아는 추억을 다시 한번 골똘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며, 그 사람의 좋은 점과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순간이 있으며, 그 사람을 생각하며 편지지를 사러 가는 설레는 발걸음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편지 한 장에 이런 여러 과정들과 감정들이 담겨 있는 것을 알기에, 그 작은 종이 한 장에 들어가져 있을 상대의 정성과 애정을 알기에 손 편지를 받았을 때 큰 감동을 받게 된다.


손 편지의 크나큰 순기능으로서는, 가끔 울적해지거나 위로가 받고 싶어지는 날에 받았던 손 편지들을 다시금 펼쳐서 읽다 보면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는 내가 있으며, 그 애정 어린 글씨들에 어느샌가 마음의 위로를 받고 있고 있는 내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알기에 나는 나의 악필이 너무도 꼴 보기 싫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면 화이트 범벅이 된 편지지일지라도 웬만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이 삐뚤빼뚤한 글씨가 담긴 편지를 주고 싶다. 그러나 자주 써주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보통 생일이나 연말 정도가 거의 다 이긴 하지만, 그래도 생일만큼은 ‘내가 너를 이만큼이나 생각하고 있고 너에게는 내 악필일지라도 내 진심이 담긴 손 편지를 써주고 싶었어’라는 진심을 전해주고만 싶다.


옛날에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보통 손 편지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잘 알지 못했지만, 손 편지가 일반적이지 않게 된 지금은 영원히 남아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이 될 수 있는 손 편지의 소중함을 알 수가 있다. 집에서 청소를 하다 발견한 엄마 아빠의 20대 시절의 러브 레터와 같은 의미로서, 다시 그 시절의 감성과 기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은 굉장히 소중하며 큰 의미가 있다. 이 종이 한 장이 겉보기와는 달리 많은 의미와 애정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편지를 쓰려고 한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내 마음을 듬뿍 담은 편지를 말이다. 언제든지 그 친구가 나의 진심을 꺼내볼 수 있도록, 어느 힘든 날, 나의 애정에 위로받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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