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친밀감의 최강자

내가 살아가는 방식

by 구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얼굴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내적 친밀감의 최강자는 바로 매일 출근, 퇴근을 하는 지하철에서 만나는 얼굴이 익숙한 몇몇의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어쩌면 그들은 가족과 친구보다도 더 자주 본다. 매일 똑같은 칸에, 매일 똑같은 시간대에 타는 익숙한 얼굴들의 그들을 볼 때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반가운 감정이 들며 알은체를 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항상 생각만 할 뿐 그런 일은 실제로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그들 중 한 명이라도 보이지가 않는 날이라도 오면, 혹여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오늘은 쉬는 날인 것인지 혼자만의 궁금증이 생기며 괜히 지하철 안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하지만 며칠 뒤, 또다시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속으로 조용한 안도를 하며 혼자만의 반가움을 느낀다.


이들은 얼굴을 제외하고서는 사는 곳, 직장, 나이, 직업 뭐 어느 하나 알지 못하는 사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익숙하고 친밀감이 드는 관계이다. 아마도 이런 나와 마찬가지로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그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서로 눈이라도 마주치는 날에는 괜히 아는 척을 해보고 싶어 진다. 매일 보는 익숙한 얼굴들이라 자연스럽게 인사가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다 퇴사를 하는, 그러니까 출근을 하는 마지막 날이라도 오면 왠지 모르게 그렇게 익숙해진 그들을 앞으로는 영영 다시 보지 못한다는 것이 조금은 나를 아쉽고 슬퍼지게 만든다. 혹시 눈으로라도 계속 나를 찾을까 봐 그들에게 “저 오늘 그만두는 날이에요. 오늘이 마지막 출근길입니다”라며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그저 아쉬운 마음으로 눈으로라도 나의 말을 전하고 싶어 그들을 바라볼 뿐이다. 여태껏 그렇게 아쉬운 경험을 몇 번이고 했다. 항상 어딘가로 출근, 퇴근하는 길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내적 친밀감이 드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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