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방식
서울은 나에게 있어 큰 의미가 있다. 20년 동안 단 한 번도 고향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삶을 살아온 나에게 처음 스무 살에 올라온 서울은 너무나도 큰 세상이었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반짝거리는 그 넓은 세계가 나에겐 너무나 큰 자극이었고 충격이었다. 평생을 서울에서만 살아온 서울 토박이는 이 지방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시골에서 평생을 살아온 나는 그만큼이나 서울이 크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무언가 이래서 다들 서울에 오려고 하는구나라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홍대, 신촌 이런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 가는 것만으로도 엔도르핀이 도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그 속에 나도 속해 있다는 것이 굉장한 짜릿함과 행복감을 느끼게 했다. 모든 문화생활, 예를 들어 공연, 뮤지컬, 전시회, 영화, 콘서트 등등 모든 걸 누릴 수 있고, 심지어 그것들을 누리고도 지하철을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나도 신세계를 맛본 듯한 기분이었다. 고향에 살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서울에서는 그 모든 것이 가능했다. 영화관이 없는 고향에서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 의정부까지 나가야만 했다. 그래서 영화를 좋아하던 나는 항상 그것이 아쉬웠고 불만이었다. 심야영화, 조조영화 이런 것들은 그저 나에겐 말로만 듣던 그런 일이었다. 하지만, 서울에 온 이후 그런 것들이 너무나 가능한 삶에 20대 초반의 나는 서울의 매력에 정신을 못 차리고 하루하루가 즐겁고 매일이 새로운 자극이었던 것 같다.
고향에서의 삶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알고, 나도 모든 사람들을 아는 그런 불편한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그 속에서 사는 20년 동안 나는 그런 것들이 너무나도 싫었고,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같이 했었다. 매번 남몰래 아무도 나를 모르는 그런 곳에 가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서울로 올라온 그 순간부터는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도 아무도 모르는 그런 자유롭고 넓은 세상에 숨이 트였던 것 같다. 그것은 너무나도 큰 해방감과 행복감이었다. 내가 무엇을 하든, 내가 무엇을 입든, 내가 어디를 가든 나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 드디어 숨을 크게 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20대 초반의 나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것들을 다 분출했던 것 같다. 항상 하루하루가 짜릿했고 ‘내일은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으로 잠에 들었고, 매번 그다음 날이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자극 앞에 눈이 먼 나는 더욱더 고향에 대한 생각이 옅어져만 갔다.
처음에 집을 구했을 때 세대주에 내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주민등록증에 서울특별시 ㅇ ㅇ ㅇ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 큰 감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무언가 ‘나도 이제 정말 서울 사람이 되었구나’라는 그런 생각에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던 것 같다. ‘이제 나도 이 많고 많은 서울 사람들 중 한 사람이구나’라는 그런 소속감도 느꼈던 것 같다. 주변의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 중에는 다시 고향이 그리워, 서울에서의 삶이 버거워 내려가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6년째 서울에서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나는 아직까지도 서울에서의 삶에 큰 행복감과 짜릿함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나라도 마냥 서울에서의 삶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어떨 때는 서울에서의 삶이 버겁고 힘들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받는 괴로움과 고통보다는 서울에서의 삶이 더욱더 내겐 크고 소중하기에 그것들을 견뎌낼 수가 있다. 그러다 정말 괴로울 때는 고향 생각이 저절로 나긴 하지만 그것도 잠시, 거기서 더 나아가지는 않는다. 그저 고향에 내려가 며칠 쉬다 오면 다시 괜찮아져 서울에서의 삶을 이어나갈 수가 있다. 고향은 내게 서울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잠시 내려갔다 오는 휴식처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 이미 이 세속적인 삶에, 이 도시적인 삶의 큰 행복감과 편리함을 알아버린 나는 아마도 이것들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서울은 그렇게 언제나 나에게 있어 지역명 이상의 것들을 포함하고 있고, 그런 복합적인 존재이기에 언제나 난 서울을 놓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