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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Nov 26. 2023

미니멀 라이프

주절거림

항상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지만 언제나 맥시멀 라이프로 사는 나. “필요할지도 몰라”, “사두면 언젠가는 쓰겠지” 하며 사들인 것들로 인해 항상 나의 집은 온갖 물건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그 덕에 어떨 때는 집에게 보살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집과 물건들을 보살피고 있다는 기분마저 든다. 한 번이라도 사용을 한 적이 있는 물건이라면 그 순간부터 그 물건은 내게 ‘절대 꼭 필요한 물건’으로 변해버려 결국 집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어느샌가 내게 ‘꼭 필요한 물건’으로 바뀌어져 있다. 집뿐만이 아니라 외출을 할 때도 소위 ‘보부상’인 나는 “필요할지도 몰라!”를 남발하며 이것저것을 챙긴 탓에 항상 무겁게 집 밖으로 나온다. 그러다가 챙긴 물건들 중 하나라도 제대로 사용한 날이 생긴다면, 그날 이후로부터 그 물건은 나에게 ‘무조건 챙겨서 나가야 되는 물건’이 되어버린다.


이런 탓에 항상 미니멀 라이프, 나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미니멀 라이프'인 언니가 신기하면서도 부럽다. 조금 더 삶을 편안하게, 조금 더 편리하게, 조금 더 간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에서 이것저것을 사들이는 나와 달리 언니는 아주 적은 물건들로도 ‘아주 잘 산다’. 내가 볼 때는 조금 불편할 것 도 같지만 정작 본인은 아주 만족하면서 산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 안에서 만족을 하며 그 안에서 적당히 맞추어 산다. ‘물건들을 나에게 맞추어 사는 삶‘이 아니라 ’ 내가 물건들에 맞춰서 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 어떨 때는 불편해 보이지만 그래도 내게는 굉장히 멋있게 느껴진다. 내게 가장 어렵고 내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주변에 나를 맞춰 사는 것인데, 그것을 해내고 있는 그녀를 볼 때면 동경심마저도 든다. 항상 이사를 갈 때면 이 많은 짐들이 처치곤란이 되어 매번 버거워하며 짐에 파묻혀 이사를 가곤 한다. 그런 것을 보면 (조금은 과장해서) 캐리어 한 두 개로 이사를 가는 그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까 싶다. 그래도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한 두 개씩 버리려 하며, 꼭 필요한 것들만 사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마음먹은 것처럼은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언젠가는 나도 훌훌 가볍게 이사를 다니며 조금은 가볍게 외출을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며 나의 미니멀 라이프의 삶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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