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항상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지만 언제나 맥시멀 라이프로 사는 나. “필요할지도 몰라”, “사두면 언젠가는 쓰겠지” 하며 사들인 것들로 인해 항상 나의 집은 온갖 물건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그 덕에 어떨 때는 집에게 보살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집과 물건들을 보살피고 있다는 기분마저 든다. 한 번이라도 사용을 한 적이 있는 물건이라면 그 순간부터 그 물건은 내게 ‘절대 꼭 필요한 물건’으로 변해버려 결국 집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어느샌가 내게 ‘꼭 필요한 물건’으로 바뀌어져 있다. 집뿐만이 아니라 외출을 할 때도 소위 ‘보부상’인 나는 “필요할지도 몰라!”를 남발하며 이것저것을 챙긴 탓에 항상 무겁게 집 밖으로 나온다. 그러다가 챙긴 물건들 중 하나라도 제대로 사용한 날이 생긴다면, 그날 이후로부터 그 물건은 나에게 ‘무조건 챙겨서 나가야 되는 물건’이 되어버린다.
이런 탓에 항상 미니멀 라이프, 나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미니멀 라이프'인 언니가 신기하면서도 부럽다. 조금 더 삶을 편안하게, 조금 더 편리하게, 조금 더 간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에서 이것저것을 사들이는 나와 달리 언니는 아주 적은 물건들로도 ‘아주 잘 산다’. 내가 볼 때는 조금 불편할 것 도 같지만 정작 본인은 아주 만족하면서 산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 안에서 만족을 하며 그 안에서 적당히 맞추어 산다. ‘물건들을 나에게 맞추어 사는 삶‘이 아니라 ’ 내가 물건들에 맞춰서 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 어떨 때는 불편해 보이지만 그래도 내게는 굉장히 멋있게 느껴진다. 내게 가장 어렵고 내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주변에 나를 맞춰 사는 것인데, 그것을 해내고 있는 그녀를 볼 때면 동경심마저도 든다. 항상 이사를 갈 때면 이 많은 짐들이 처치곤란이 되어 매번 버거워하며 짐에 파묻혀 이사를 가곤 한다. 그런 것을 보면 (조금은 과장해서) 캐리어 한 두 개로 이사를 가는 그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까 싶다. 그래도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한 두 개씩 버리려 하며, 꼭 필요한 것들만 사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마음먹은 것처럼은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언젠가는 나도 훌훌 가볍게 이사를 다니며 조금은 가볍게 외출을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며 나의 미니멀 라이프의 삶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