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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Jan 08. 2024

겪는다구

주절거림

 오늘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말고 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있잖아, 친구야. 나 요즘이 최대 암흑기인데 어쩌면 좋지? 나 너무 슬프다”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가만히 내 얘기를 듣고 있던 친구는 갑자기 나의 어깨에 손을 얹더니 “야, 괜찮아. 암흑기 그거 잠깐 겪을 수도 있지! 인생 그거 긴데 그 속에서 암흑기 한 번 없겠어? 그게 더 말이 안 된다! 다들 그렇게 암흑기 한 두 번쯤은 겪는다구. 친구야 그것이 바로 인생이란다~” 라며 그것이 굉장히 큰일이 아니라는 듯 내게 말을 했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이 왠지 모르게 무척이나 마음의 위로가 되어 무언가 가슴이 찌르르 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 덕에 생각의 전환이 된 나는 ‘그래! 인생 이렇게나 긴데 그 속에서 암흑기 한 번 없겠어? 좋아, 암흑기 네 녀석 내가 아주 그냥 무찔러 주겠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그동안 축 쳐져 거의 땅에 닿을 것만 같았던 내 어깨는 다시금 올라 제 자리를 찾았고, 나는 ‘암흑기 이 녀석을 어떻게 무찔러 줘야 할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그 후 그것에 대해 친구와 함께 한참을 이야기하다 결국 우리는 그것에 대한 답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만큼은 그 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가벼워져 있었다. 그것이 나는 고마워 친구에게 헤어지기 전 아까 전에는 고마웠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런 나의 말이 친구는 쑥스러웠는지 코를 찡긋거리며 ”내가 뭘 한 게 있나. 친구야, 우리 아직 너무 젊다구.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어!” 라며 환하게 웃고는 손을 흔들며 버스에 올라탔다. 그렇게 친구와 헤어지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추운 날씨 탓에 코가 시리고 귀가 화끈거렸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가벼운 발걸음과 따뜻함에 마음을 들떠 추위를 잊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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