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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Jan 20. 2024

가면

주절거림

나는 종종 나의 가면들에 진절머리가 날 때가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여러 가면들을 갈아 끼워가며 본래의 나를 숨긴다. 나조차도 이런 나의 모습이 낯설 때가 있다. 어떨 때는 이런 나의 낯선 모습들에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 이 불쾌감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워 올라 나를 괴롭히며 내게 가면들을 벗으라고 닦달을 해댄다. 하지만 이런 괴로운 나의 모습과는 달리 다행히도 다른 사람들은 이런 나의 가면을 눈치채지 못한다. 매 순간 가면들을 앞에 두고는 어떤 가면을 쓸지 고민을 해대는 나. 혹여라도 역겨운 이런 나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눈치라도 챌까 혼자서 마음 졸이는 나. 잘못된 가면이라도 쓰는 날에는 그 하루의 모든 것들이 거북스럽게만 느껴진다. 물론 제일 거북스러운 것은 ‘나’이지만.


하지만 이런 가면은 남들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그 상대에게, 그 상황에 맞는 가장 최적의 가면을 골라 내 얼굴 위로 씌우는 것이다. 그렇게 본래의 나를 가린 채 그들이 나의 가면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고, 나를 미워하지만 않는다면 나는 기꺼이 그 가면 뒤로 숨을 수 있다. 나의 실체를 알고는 그들이 나를 피하고 도망가버리는 것이 내게는 가장 두렵고도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가면 속에 있는 나는 언제나 울상이다. 아주 환한 가면을 쓰고 있더라도 그 속은 가면과는 다르게 아주 어두운 표정으로 가득하다. 눈물이 날 것 같은 날에도 이를 악물고는 가면 속에서 눈물을 숨긴다. 너무나 화가 나는 날에도 미소를 띠며 가면 속에서 나의 분노를 가라앉힌다. 이제는 이런 가면 속에서 나의 마음을 잠재우는 일이 또 하나의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간혹 모든 가면들이 다 부질없다고 느껴져 다 부수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항상 손에 망치만 들뿐 차마 그것들을 내리치지는 못한다. 그렇게 또 나는 가면을 쓰고는 세상 밖으로 나간다. 나의 이 가면은 나의 자기 염오를 극으로 치닫게 하지만, 또 그 안에 숨을 때면 모순적인 아늑함과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난 그 모순적이면서 혐오스러운 나의 모습에 오늘도 역겨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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