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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Feb 27. 2024

퇴근

주절거림

어두컴컴한 거리, 발걸음을 서두르는 사람들. 잠시간 동안 주머니 속에 넣어둔 사랑과 온기를 다시금 꺼내고는 어두운 거리로 하나둘씩 스며든다. 어둠을 밝혀주는 가로등과 가정집들의 불빛에 의지해 종종걸음으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재빠르게 향한다. 여러 불이 켜진 밝은 집들 가운데 하나 혹은 그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조그마한 불빛이 한 점도 없는 검은 집들로 향해 그들은 발걸음을 서두른다. 온갖 음식 냄새들로 가득한 거리를, 창 너머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희미한 대화소리를 들으며 그들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이에게로 추위와 반가움으로 한껏 상기된 뺨을 고이 간직한 채 빠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 모습을 보며 또 어떤 이들은 부러움과 외로움 그 사이 어딘가의 감정을 느끼며 어둠과 한기로 가득할 자신들의 안식처로 조금은 쓸쓸하게 향한다. 그래도 모두들 발걸음만은 가볍다. 치열했던 '낮'은 저 편에 놓아두고, 다시 찾아온 고요하고 편안한 '밤'에 모두들 마음과 표정은 한껏 누그러진다. 사람들은 이렇게 또 하나의 아늑한 '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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