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어두컴컴한 거리, 발걸음을 서두르는 사람들. 잠시간 동안 주머니 속에 넣어둔 사랑과 온기를 다시금 꺼내고는 어두운 거리로 하나둘씩 스며든다. 어둠을 밝혀주는 가로등과 가정집들의 불빛에 의지해 종종걸음으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재빠르게 향한다. 여러 불이 켜진 밝은 집들 가운데 하나 혹은 그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조그마한 불빛이 한 점도 없는 검은 집들로 향해 그들은 발걸음을 서두른다. 온갖 음식 냄새들로 가득한 거리를, 창 너머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희미한 대화소리를 들으며 그들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이에게로 추위와 반가움으로 한껏 상기된 뺨을 고이 간직한 채 빠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 모습을 보며 또 어떤 이들은 부러움과 외로움 그 사이 어딘가의 감정을 느끼며 어둠과 한기로 가득할 자신들의 안식처로 조금은 쓸쓸하게 향한다. 그래도 모두들 발걸음만은 가볍다. 치열했던 '낮'은 저 편에 놓아두고, 다시 찾아온 고요하고 편안한 '밤'에 모두들 마음과 표정은 한껏 누그러진다. 사람들은 이렇게 또 하나의 아늑한 '밤'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