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코끝이 빨갛게 물들고, 손끝의 감각이 둔해지며,
속눈썹에 물방울이 맺히는 마지막 달.
’후우’하고 내뱉은 차가운 입김 속엔
언제나 눈에 보이는 하얀 입김과는 달리
눈에 보이지도, 형상화되지도 않은
여러 감정이 숨어있다.
그것들이 차라리 내 입에서 나와 저 멀리
흩어져나가는 하얀 입김이었으면.
그것들이 입김처럼 내 속에서 나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으면.
눈에 보이기라도 하면 토해내고
내뱉어 버릴 수라도 있을 텐데.
날이 추워질수록 더욱 깊어져 가는 하얀 입김처럼
더욱 진해져만 가는 나의 마음.
그 마음들이 하얀 입김이라면,
그것들이 새하얀 입김이 되어 사라져 버린다면,
나는 쉴 새 없이 숨을 내뱉느라
숨을 들이마시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입김이 아닌 이 마음들은
아무리 숨을 내뱉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