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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Apr 23. 2023

화분 하나에

내가 살아가는 방식(2023/04/18의 기록)

최근에 화분하나를 살까 고민하던 중 오늘 들린 다이소에서 화분도 팔기에 화분 하나를 사 왔다. 식물의 종은 몰랐지만 눈에 들어오는 화분 하나가 있어 바로 집어 들고는 계산을 하고 왔다. 내 인생 처음으로 사 본 화분이라 그런지 화분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나는 왠지 모를 기대감과 설렘의 감정을 느꼈다. 화분에 붙어져 있는 주의사항을 읽어보니 일주일에 한 번에서 두 번 정도의 물을 주며 직사광선은 피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언제 마지막으로 주었을지 모를 물 한 컵 주었다. 그리곤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을 하던 중 지금이 4월이기에 그냥 ‘사월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름을 짓고는 바로 화분에 사월이라는 글자까지 써 부쳤다. 그렇게 이름을 붙인 화분을 멀리서 바라보는데 무언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후 화분이 매장 안에만 있어 햇빛을 많이 받지 못했을 것 같아 그대로 사월이를 들고서는 베란다로 가 햇살을 맘껏 받게 했다.


집에 생명력이 있는 존재를 키우는 것이 실로 오랜만이라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생명체이긴 하지만 무언가 집안에 온기와 도는 듯한 그런 생명력이 느껴졌다. 어쩌면 말동무가 생긴 것 같은, 나의 이 외로운 감정을 조금은 덜어 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랄까. 아무튼, 밤이 되어 밖에 놔둔 ‘사월이’를 다시 방으로 가지고 왔다. 그리곤 잎 하나하나를 수건으로 닦아주는데,나는 내가 사월이가 아님에도 왠지 모를 개운함을 느꼈다. 그러다 갑자기 할머니와 아빠가 떠올랐다. 그들의 취미인 식물 키우기가 이제야 무언가 이해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 여리고 작은 생명체가 내 마음에 큰 온기와 위로감을 가져다준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마음이 따듯했다. 아무에게도 말 하지 못했던 이야기나 힘들었던 점을 그냥 사월이에게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 여리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하나의 생명체가 이렇게나 크고 복잡한 생명체에게 위로감과 따뜻함을 가져다준다니.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든든한 생명체이다. 사월이가 앞으로 나의 보살핌으로 무럭무럭 자라났으면 좋겠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사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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