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 May 10. 2023

과거의 글 또한 ‘나’

내가 살아가는 방식(2023/05/02의 기록)

나는 원래 자기 혐오감이 심한 사람이었다. 옛날에 써놓은 글들을 보면 자기혐오가 담겨 있는, 나를 탓하는 글들이 많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런 자기 혐오감을 느끼는 횟수가 점점 줄더니, 요 근래 들어서는 나의 이런 성격이 좋다고까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20대 중반인 나는, 이제야 나를 인정하고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여전히 나의 싫은 부분들도 존재하지만, 그래도 결국 그것들조차 나의 일부이기에, 살아가는 한 계속해서 그것들을 안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인정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자기 혐오감과 마찬가지로 자기 연민도 심했고, 나의 성격부터 시작하여 나의 모든 것이 싫었던 것 같다. 그 탓에 아예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럴수록 늘어나는 것은 자기 혐오감과 괴로움뿐이었다. 그 당시 그것을 몰랐던 나는 계속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지금의 난 예전에 써 놓은 글들을 보면 조금 읽기 힘든 기분을 느낀다. 지금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그런 감정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글들을 읽고 있으면, 예전의 난 어떤 생각들로 가득 찼고,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그러면 그것들을 읽기가 조금 힘들어지면서 조금은 슬퍼지기도 한다. 예전의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나 마음이 여리고 상처가 많은 예민한 아이였구나. 불안감이 극도로 높은 사람이었구나 라는 생각에 그때의 나에게로 돌아가 나를 꼭 안아 주고 싶어 진다. 그래도 그 시절을 잘 견디고 성장하여 나의 성격이 좋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날이 온다고, 조금만 버티라고 그 어리고 여렸던 20대 초반의 나에게로 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진다.


그 당시의 나는 절대 인정할 수도, 일어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나 내면적으로 많이 성장하고, 마음이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무언가 감회가 새롭다. 이제야 내 안의 불안과 혐오와 고통을 마주 보고 어떤 식으로 이것들을 풀어내야 하며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알게 되어서, 어떤 부분들은 포기할 줄도 알고, 감내하고 감수하고 인정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어서, 나는 또 이렇게 한층 성숙해지고 어른이 되어간다. 몇 년 뒤의 내가 다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그때는 무슨 생각으로 이 글을 읽고 있을까. 그때의 나는 지금과는 또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지금보다 더 좋아졌거나 더 안 좋아졌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더 건강하고 안정적인 내가 이 글을 읽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스위치 끄 듯 끌 수 있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