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사과

by 혜안

초겨울에 먹는 사과로 대표적인 품종은 후지가 있다. 한국에서는 부사 사과라 불리기도 한다. 사과 품종마다 수확 시기가 조금씩 차이 나는데 후지는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수확하는 품종이라 지금 시기인 11월에 자주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사과 산지로 유명한 아오모리 현 에서는 12월 중에 수확된 사과를 컨테이너에 모아 눈에 묻어두는 '유키무로 사과' 라는 것을 만들기도 하는데 눈 속에 묻어 약 2개월 간 숙성 시킨 사과는 산미가 낮고 당도가 높다고 한다.


군마현의 명월 사과. 이름처럼 밝은 달 같이 어여쁘다.


오랜만에 코스트코에 갔더니 겨울 사과가 많이 나와 있었다. 후지 사과나 후지 종을 교배한 종이 대부분이었다. 고민 끝에 '군마 메이게츠' 라는 사과를 한 상자 집었다. 밝은 달처럼 노랗고 푸르스름한 동그란 사과로 그 한자 이름 그대로 '명월'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겨울 밤 달빛이 어스름할 때에 사과 밭에 서있던 농부가 밝은 달이 여기에도 저기에도 떠 있네 라고 생각하며 이름을 지은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어렸을 적에 엄마는 감기 걸렸을 때는 사과를 먹지 말라고 했었다. 지금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기침에 안 좋다고 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감기에 걸렸을 땐 특히 더 시원하고 달달한 것 먹고 싶어지는데 왜 사과는 안 되는 걸까라고 뾰로통 해있던 기억이 있다. 어른들 말씀은 들어서 나쁠 것 없다 주의인 나는 - 그것도 말씀 나름이긴 하겠지만 - 감기에 걸리면 으레 사과를 피하게 된다.


하지만 감기를 겪지 않을 때면 나는 사과를 찾는다. 이 시기에만 먹을 수 있는 겨울 사과는 특별히 더 아삭하고 달달하기 때문이다. 추워진 날씨에 준비를 하듯 과육도 더 단단해지고 당도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지는 게 분명하다. 나는 오늘 감기도 없고 아주 건강하다. 나를 위한 사과 한 알을 정성스럽게 껍질을 아주 얇게 깎아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무민 접시에 담는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내 또래들은 우리 지역 대표 특산품은 안경, 섬유, 그리고 사과라고 배웠을 것이다. 사과의 이름은 능금 사과이고. 그러나 나는 대구에서 난 사과를 여태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더워진 날씨 때문에 더이상 사과를 재배할 기후 조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사과를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은 진즉에 먼 북쪽 지방이 되어버렸다. 따뜻한 이불 속에 파고들어 한 입 사과를 씹는다. 상큼하고 달달한 과즙이 터져 나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전설 속의 능금 사과의 맛은 어땠을까 하고. 그리고 문득 궁금해져온다. 우리 엄마 아빠라면 전설의 사과를 먹어본 적이 있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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