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계절에만 유독 생각나는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이를테면 여름에 먹는 시원한 냉면이나 겨울에 먹는 따끈한 오뎅탕 같은 음식 말이다. 나에게 있어 이 계절에 떠오르는 음식은 집에서 직접 만든 함박 스테이크다.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따뜻하고 기름진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 치즈와 곁들일 수 있는 음식이 간절하다. 웬만하면 채식을 하는 나도 겨울철이 되면 예외적으로 고기를 조금씩 먹기 시작하는데 몸 어딘가에서 기름진 무언가를 향한 요구가 계속 생겨나는 느낌이다.
요 몇 주째 일본에서는 곰 관련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산 속에 자리한 온천에서 곰에게 습격당해 사망한 청소원도 있고 평소와 다름없던 동네 골목 어귀에서 곰에게 끌려간 사람도 있다. 계절 따라 동면에 들어갔어야 할 곰들이 개체수 증가와 먹이 감소로 동면에 들지 못하고 마을까지 내려와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동면을 하지 않는 인간인 내 몸 조차도 겨울이 되면 나른한게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겨워지고 깨있는 동안은 기름진 음식을 찾게 되는데 먹이가 부족해 동면에 들지 못하는 곰은 말해 무엇할까 싶다.
햇볕이 별로 들지 않는 게 집에 있는데도 꽤 쌀쌀한 오늘같은 날씨에는 수제 함박스테이크가 어울린다. 간 고기에 와인을 넣고 볶은 양파와 다진 아몬드를 넣어 식감과 풍미를 더하고, 잘 구워진 패티는 데미그라스 소스에 넣고 졸여준다. 그리고 이불을 덮듯 올려놓은 체다치즈가 녹아 흘러내리듯 노랗게 패티를 감싸게 될 정도로 뚜껑을 덮은 채 잠시 둔다. 그렇게 온 집 안에 함박스테이크 냄새가 퍼지기 시작하면 익숙하고 포근한 가정집의 겨울 저녁이 시작된다.
함박 스테이크는 숟가락으로 쪼개 먹어야 제 맛이다. 체다치즈가 녹아내린 따끈한 고깃덩이에 달고 진한 소스를 가득 묻혀 밥 위에 얹어 한 입 먹으면, 몸에 따뜻한 느낌이 감돌기 시작한다. 기름진 육즙이 달달한 데미그라스 소스와 섞이고 부드럽고 따뜻한 치즈가 고기를 감싼다. 역시 여름보다, 봄이나 가을보다, 겨울이 제격인 음식이다. 이 계절이 되어야만 먹고 싶어지는 음식을 한 입 또 한 입 먹으면서 길고 느린 겨울을 날 채비를 해본다. 더 추워질 날씨와 강해질 바람을 견딜 채비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