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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다지 Dec 08. 2023

상담목표 : 가족문제

일단 한번 해보자. ㅣ 세 번째 시간


MMPI-2 검사와 HTP 그림검사를 각각 한 시간 진행한 후 본격적인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사 : 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담소 : 저는 어렸을 때부터 3살 많은 언니가 심부름을 자주 시켰어요. 귀찮아서 짜증을 많이 냈죠. 언니에게 느꼈던 짜증과 분노 감정을 회사 선배에게 동일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상황을 얘기하자면, 3개월 계약직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근무한 지 2개월이 지났을 때예요. 회사 선배가 저에게 점심을 함께 먹자고 권하셨어요. 저는 식사 자리가 불편해서 거절했는데 제 의견을 거절하시며 그래도 함께 먹자고 하시더군요. 저는 또 거절을 했죠. 이렇게 10번 정도 서로 거절을 주고받다 보니 결국 욱! 하고 말문이 막히면서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명치와 목에 무언가 걸린 듯 답답해지면서 이성의 끈이 뚝! 하고 끊어졌어요. 그때부터 나의 생각이 감정적으로 흐르고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요.


‘나는 최대한 기분 상하지 않게 거절한다고 했어. 몇 번이나 거절했으면 이제 좀 알아들을 때도 되지 않았어? 내 말이 말 같지 않은가? 내 말을 무시하나? 도대체 저 사람 뭐지?’


상담사 : 그런 상황이라면 저도 화가 날 것 같기는 해요.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사건이 가족 문제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담소 :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선배는 굉장히 좋은 사람이에요. 상냥하고, 배려심 있고 아랫사람 잘 챙겨주고 두루두루 상당히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점심을 같이 먹자고 권하는 일은 선배가 저를 챙겨주는 거였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선배에게 화낼 일도 아니고, 화내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이성과 다르게 감정이 움직여요.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올라와서 눈물샘이 터졌어요. 울고 싶은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이성을 잃고 감정적으로 대하게 돼요. 이것을 해결하고 싶어요.


선배 문제가 아니라, 저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가족 문제로 넘어가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있었던 사건이 떠올라요. 저는 5~6살 정도였고, 3살 많은 언니와 많이 싸웠어요. 안방에 앉아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언니가 제 뒤통수를 후려쳤어요. 갑작스러운 상황이 당황스럽고 화가 났지만 저는 동생이라 힘이 없었죠. ‘하지 마!’라고 말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언니는 멈추지 않고 낄낄 웃으면서 또 제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쳤죠. 제가 하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악을 써도 언니는 계속했어요. 저는 손에 들고 있던 장난감을 있는 힘껏 바닥에 세게 던졌어요. 내던져진 장난감은 박살이 났죠.

‘악에 받친다’라는 말이 있죠. 사전을 찾아보니 저의 상황이 정말 잘 표현되어 있더군요. [위기나 학대, 억눌림 등에 맞서거나 반항하여 있는 힘을 다해 독한 마음이나 기운을 쓰다. 또는 그렇게 독한 마음으로 소리를 크게 지른다.]라고, 쓰여 있어요.

언니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고, 나를 지키기 위해 분노를 표출해야만 했어요. 언니에게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분노와 화를 이용했어요. 이제는 언니뿐만이 아니라 누구든 상관없이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습관적으로 분노와 짜증을 표출해요. 너무 자동 반사적인 감정이라 통제도 불가능해요.


상담사 :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지금까지 하신 말씀을 제가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 주시겠어요? 담소님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 분노를 느낀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란 담소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사람이고요. 대표적으로 담소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사람은 3살 많은 언니이고, 그런 언니에게 분노를 느낀다는 말씀이군요. 여기까지 제가 잘 이해하고 있나요?

담소 : 네 맞아요.

상담사 : 말이 통하지 않는 언니에게 느꼈던 분노 감정을 복사하듯이 말이 통하지 않는 회사 동료에게 표출한다는 말씀이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회사 동료에게 분노를 느낄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거고요. 그러면 이제 상담 목표를 정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정하면 좋을까요?


담소 : 상담 목표를 어떻게 정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목표라고 하면 단순하고 짧은 슬로건처럼 정해야 할 거 같잖아요. 그런데 저는 한 가지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것 같아요. 언니와 연결된 감정이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지만, 꼭 언니 문제만 해결하고 싶은 건 아니거든요. 저도 제 문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저 제 감정 문제는 무의식적으로 가족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어요. 저는 가족관계에 얽힌 감정을 해결하고 싶어요. 그로 인해 나 개인의 감정이 타인에게 잘못 전달되지 않게 되고, 인간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상담사 : 네. 그럼, 상담 목표는 ‘가족관계에 얽힌 감정을 해결해서, 인간관계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라고 하면 될까요?

담소 : 네 좋아요

상담사 : 네. 그럼, 오늘 상담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랜 시간 수고 많으셨고요. ‘문장완성검사’는 집에서 해오시면 되고요. 검사하실 때 검사 시작 시간과 끝나는 시간을 체크하셔서 검사지 상단에 적어주세요. ‘문장완성검사‘가 완료되면 2주 정도 후에 심리검사 해석에 대해 대화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다음 상담 일정은 언제가 편하세요?

담소 : 매주 목요일 오늘과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상담사 : 잠시만요. 다음 주 목요일 10시는 미리 정해진 일정이 있어요. 11시 어떠세요?

담소 : 네. 다음 주 목요일 11시 괜찮아요.

상담사 : 그럼.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처음 센터에 왔을 때만 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나의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막막했다. 답답한 무언가를 풀어내고 싶기는 한데 문제가 무엇인지 나도 몰랐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었다. “저도 몰라요. 하지만 도와주세요.”라고 밖에 할 말이 없으니,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심리상담은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상담 목표를 정한 것만으로도 무언가 정리된 듯 후련했다. 그리고 앞으로 10주 동안 상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묘한 설렘도 느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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