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다지 Dec 09. 2023

상담사님이 했던 말이 계속 생각나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말, 말, 말 ㅣ 네 번째 시간-1

상담사 : 안녕하세요. 지난주 잘 지내셨나요?

담소 : 정말 잘 지냈어요. 저번 주 상담을 하고 나서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알았어요.


집에서 문장완성검사를 했는데 문장을 완성하면서 저 스스로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어요. 특별히 흥미로워서 기억에 남는 두 가지 문장이 있어요.


1. 나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을 때 ___________________.

2. 어리석게도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________________.


첫 번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도대체 이상한 일이란 무엇일까?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를 이상하다고 하는 것일까? 나에게 이상한 일이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중에 문장을 완성하는 것도 이상한 상황이더라고요. ‘이상한 일이 생겼을 때 저는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할 것 같다.’라고 작성을 하면서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했어요. 이상한 일이 생겼을 때 피하거나 도망치거나 회피하거나 적대감을 가진 것처럼 방어 태세를 취하지 않고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사람이요.


두 번째 질문 답변이 머릿속에 남아 있을 때와 글로 써서 남기는 것은 또 달랐어요. 두려움을 글로 써서 남기고->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 보니->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저의 두려움을 바라볼 수 있었어요. ‘어리석게도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나의 실수나 잘못이 다른 사람에게 발각되는 것이다.’


특히 잘못이 발각되는 두려움은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는 회사에서 자주 나타났어요. 잘 생각해 보면 잘못이 발각되는 두려움보다 남들에게 추궁당하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왜 이렇게 했어? 시간도 많았는데 왜 이것밖에 못 했어?’라고 추궁하면 어쩔 줄 몰라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어요. 모든 것이 내 잘못인 것 같아서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요.


그런데 살면서 저를 추궁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실수가 들통날까 봐 지레 겁먹고 부끄러운 수치심을 느꼈던 거죠. 문장완성검사를 하면서 제가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는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상담사 : 문장완성검사를 하면서 그러한 것들을 알아보셨군요.



담소 : 네. 또 재미있었던 일이 있어요. 지난주 상담 때 선생님이 처음 저에게 하셨던 말씀이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전화 목소리가 상당히 상냥하신 분이라고 전해 들었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일정이 앞, 뒤로 정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부지런하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일찍 나온다고 생각하며 왔는데 예상보다 더 일찍 오신 것 같아요.”

[‘상냥하고, 부지런하다' 그러니 상담 예약 시간보다 일찍 도착할 것으로 예측된다. -> 절대 늦을 사람이 아니다. -> 그럴만한 행동이 학습되어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연결이 되더라고요. 전화 목소리와 대화 내용만으로 이런 것들이 유추할 수 있는 것이 신기했어요.


신기하면서도 의문이 들었어요. 나의 어쩌다가 타인에게 ‘상냥하고, 부지런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의식이 강한 걸까?’ 저도 저 자신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저를 알고 싶어서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는데요. 제가 했던 대답에 방어하는 느낌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도착하면 남는 시간에 책 읽을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괜찮았는데]

나는 괜찮다고 어떠한 경우라도 예측과 예상이 되어 있으니 나는 괜찮다고 상대를 안심시키려는 의도가 강했어요. 그런데 상대를 안심시키려는 의도보다 더 강력하게 숨어있는 의도가 있어요. 제가 정말 피하고 싶은 건 상대가 나를 걱정하는 걸 싫어하더라고요. 저는 돌봄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 않아요. HTP검사할 때 제가 그림을 빨리 그리는 이유와 동일하더라고요.


->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 피해를 주는 사람은 불필요한 존재다.
-> 불필요한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
-> 나는 돌봄이 필요 없는 독립되고 완전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지난주 상담 이후 선생님이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던 경험은 저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가끔 저에게 간단한 상담을 받았던 몇몇 분들이 상담 이후 저에게 이런 말을 했거든요.


네가 했던 말이 계속 생각나.


제가 했던 말이 계속 생각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물어봤더니, 제가 하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어떤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들은 상담 이후 머릿속에 맴도는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며 풀어나간다고 했어요. 마치 문제 풀듯이 하나씩 풀어 나가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무척 궁금했는데 이제야 알게 된 것 같아요. 상담사님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던 이유는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말이라 계속 생각이 났었나 봐요.


상담사 : 담소님은 평소 상담을 진행하시나요?

담소 : 직업이 직업상담사이다 보니 직업 관련 상담은 짧지만 자주 했어요. 주변 지인들 상담은 아주 가끔 했었고요.

상담사 : 지난주에 여러 가지 일이 있으셨군요.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담소님의 문제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저와 함께하는 상담에서 어떤 대화를 하고 싶으세요?


질문을 받는 순간 열심히 돌아가던 뇌가 정지됐다. 뇌가 정지된 상태에서 나는 또 다시 나를 되돌아 보고 있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냐고?' 지난주 상담 이후 어떤 특별한 일들이 나에게 있었는지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당신의 심리상담이 이렇게 효과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잖아요. 당신이 상담 효과가 어떻게 작용했는지 궁금할 것 같아... 서... 요....  하지만 지금은 당신을 위한 시간이 아니죠. 나를 위한 시간이죠. [당신은 훌륭한 선생님이고, 당신의 가르침을 잘 받아 이렇듯 성장하고 있으니 나는 훌륭한 학생입니다. 그러니 당신의 훌륭한 학생을 칭찬해 주세요] 내가 또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을 하고 있었군요.

한편으로는 당신의 질문이 나를 비난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렇게 심리 분석을 잘하면 당신 혼자 분석하지! 여기 상담센터는 왜 왔습니까? 당신에게 내가 필요하기는 합니까?’라고 질타하는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아... 나는 여기 수다 떨려고 온 것이 아니다. 지금은 친구와 수다를 떠는 자리도 아니다. 나는 상담을 통해 해결하고 싶은 것이 있고, 상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상담사와 대화해야 한다. 귀중한 상담 시간을 수다 떠느라 흘려보낸 자신이 부끄러웠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질문을 듣고 화들짝 놀란 상태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