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무의식 검사 ㅣ 두 번째 시간
책상 위에 놓여있는 A4용지를 가로 방향으로 놓고 A4용지에 꽉 들어찬 기와집과 마당을 그렸다. 나무는 A4용지를 세로로 놓고 용지에 넘칠 만큼 나뭇잎이 풍성한 나무를 그렸다. 사람 그림은 40대 주부와 70대 스님의 옆모습을 크게 그렸다. 가족 그림은 명절날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 지내는 모습을 그렸다. 그림이 초등학생 수준으로 단순했고 너무 빨리 그린 것 같아 민망했다.
->그림을 오래 그리면 시간을 많이 빼앗는다.
->시간을 빼앗으면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은 시간을 짧게 쓰고, 빨리 끝내야 한다.
슬픈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서러움이 복받쳐 올를 수 있구나. 슬픈 순간을 말로 뱉어내는 순간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동시에 내 안의 깊숙한 곳에 잠재되어 있던 슬픔의 원인이 드디어 밝혀졌다. 나의 의지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단절된 꿈. 단절된 희망이 나의 슬픔 요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HTP 그림 검사라는 모호한 자극에 나의 내적 특성이 반응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성격이 행동으로 표출됐다. 꿈과 희망이 외부적 힘에 의해 단절될 때 커다란 슬픔을 느끼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가족이라는 개념을 원가족으로 단순하게 한정 짓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상담사님이 하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 하나하나가 나의 반응이었다. 대답과 동시에 나의 성격이나 심리적 특성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