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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다지 Dec 03. 2023

소름 돋는 무의식 심리테스트

신기한 무의식 검사 ㅣ 두 번째 시간

"인간은 모호한 자극반응할 때 자신의 내적인 상태나 특성을 표출한다. 이러한 반응을 분석하면 개인의 성격이나 심리적 특성파악할 수 있다."


상담사 : 두 번째 심리검사 HTP 검사입니다. 집, 나무, 사람을 차례로 그릴 거예요. 먼저 A4용지 집을 그려 주세요.


책상 위에 놓여있는 A4용지를 가로 방향으로 놓고 A4용지에 꽉 들어찬 기와집과 마당을 그렸다. 나무는 A4용지를 세로로 놓고 용지에 넘칠 만큼 나뭇잎이 풍성한 나무를 그렸다. 사람 그림은 40대 주부와 70대 스님의 옆모습을 크게 그렸다. 가족 그림은 명절날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 지내는 모습을 그렸다. 그림이 초등학생 수준으로 단순했고 너무 빨리 그린 것 같아 민망했다.


담소 : 제가 그림 그리는 재주가 없어요. 그런데 그림을 그리면서도 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는데 너무 빨리 그리는 것 같았어요.

상담사 : 그러게요. 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그림을 빨리 그리신 이유가 있을까요?

담소 : 나를 위해 주어진 상담 시간이라는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 ‘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는 것 같아요.

제가 4살 때 부모님이 같은 해에 병으로 돌아가셨어요. 언니, 오빠들이 있었지만 서로 도움을 주거나 받을 거라는 기대는 하기 힘들었어요. 특히 저는 막내라서 감히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어요. 대신 '도와주지 못할망정 피해 주지는 말자.'라는 생각을 항상 했죠. 그런 성향이 여기서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생각 알고리즘이 만들어진 경로는 이래요.


->그림을 오래 그리면 시간을 많이 빼앗는다.
->시간을 빼앗으면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은 시간을 짧게 쓰고, 빨리 끝내야 한다.


그래서 제가 하는 행동에 여유가 없고, 최대한 빠르게 해치우려는 행동 습관이 강화된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좀 모순적이네요.

상담사 : 모순적이라는 건 어떤 걸 얘기하시는 걸까요?

담소 : 급하고 빠르게 해치우려는 행동은 신중함이 결여되어 실수를 더 많이 유발하잖아요. 여유 없고 급하기 때문에 나오는 실수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요. 남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더 피해 주는 행동을 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거죠. 가장 피하고 싶은 결과를 불러오는 행동을 제가 하고 있기 때문에 모순적이라고 생각해요.

상담사 : 이제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담소 :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여유를 좀 더 가지고 싶어요.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면 당장은 시간을 빼앗고 피해를 주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선택이 되어 저에게나 다른 사람 모두에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 드러난 말과 행동은 무의식 영역의 '빙산의 일각'이다.


상담사 : 다음으로 넘어가 볼까요? 이 나무는 몇 살 정도 되었을까요?

담소 : 음... 250살 정도?

상담사 : 이 나무는 어떤 상태인가요?

담소 : 그렇게 물어보시니까 갑자기 이 나무가 '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나무는 잘 살아가고 있어요. 포근하고, 안정감 있고, 편안해요. 이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고,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살아갈 것 같아요. 많은 것이 만족스러워요.

상담사 : 이 나무가 만약 슬프다면, 슬픈 이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담소 : 슬픔은 없는 것 같아요. 이 나무가 삶을 살아가는 것도,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자연의 이치에 따라 모두 받아들이고 있어서 슬프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굳이 슬픈 상황을 찾아본다면....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에 의해 나무가 절단될 때 아주 슬플 것 같아요.


‘아… 내가 느끼는 슬픔이란 이런 것이었구나.’

슬픈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서러움이 복받쳐 올를 수 있구나.  슬픈 순간을 말로 뱉어내는  순간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동시에 내 안의 깊숙한 곳에 잠재되어 있던 슬픔의 원인이 드디어 밝혀졌다. 나의 의지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단절된 꿈. 단절된 희망이 나의 슬픔 요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상담사 : 남자는 몇 살이고, 어떤 사람인가요?

담소 :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보시니까 갑자기 이 남자도 '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75세쯤 되었고 농작물에 물 뿌리는 스님을 생각하며 그렸어요. 제가 마음이 어지럽거나 답답하고 괴로울 때마다 스님들 강연을 들었어요. 그러면 자연스레 조급했던 마음이나 집착하는 마음이 내려놔지거든요. 제가 존경하는 스님처럼 편안하고 평화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요.


상담사 : 가족 그림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담소 : 명절날 온 가족이 모여서 차례 지내는 모습이에요. 각자 서로 먹고 사느라 바빠서 평소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명절 때만이라도 가족들을 만나려고 노력하죠. ‘가족’ 하면 명절날 차례 지내는 생각이 나요. 그날은 돌아가신 부모님도 함께할 수 있잖아요.

상담사 : 담소님은 ‘가족’ 하면 원가족이 떠오르시나 봐요.

담소 : 원가족이요?

상담사 : 원가족은 부모님 밑에서 자라 온 가족을 말해요. 또 다른 가족은 결혼과 함께 새롭게 형성하는 가족이 있죠. 담소님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지만 남자 친구와 5년째 동거 중이라고 했어요. 고양이도 두 마리 키우고 있잖아요.


담소 : 어머나, 그렇네요. 가족이라고 하면 항상 원가족만 떠올렸어요. 남자 친구를 원가족보다 더 믿고 신뢰하고 사랑하면서도 가족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갑자기 남자 친구와 고양이들에게 미안해지네요. 제 생각이 너무 단순하고 짧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상담사 : 그럼, 심리검사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제 50분 동안 상담을 진행하려고 해요. 에너지 소진도 많이 되고 힘드실 텐데 잠시 휴식하고 하시겠어요? 아니면 계속 진행하시겠어요?

담소 : 계속 진행할게요.


HTP 그림 검사라는 모호한 자극에 나의 내적 특성이 반응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성격이 행동으로 표출됐다. 꿈과 희망이 외부적 힘에 의해 단절될 때 커다란 슬픔을 느끼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가족이라는 개념을 원가족으로 단순하게 한정 짓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상담사님이 하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 하나하나가 나의 반응이었다. 대답과 동시에 나의 성격이나 심리적 특성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었다.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나도 몰랐던 날것의 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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