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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다지 Dec 10. 2023

당신이 하는 말, 요점이 뭐야!

상담사의 질문 ㅣ 네 번째 시간 -2


상담이 시작되자마자 지난주에 있었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어떠한 목적도 없이 수다 떨 듯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을 상담사가 지적하며 물었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화들짝 놀라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상담사 : 여러 가지 일이 있으셨군요.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담소님의 문제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저와 함께하는 상담에서 어떤 대화를 하고 싶으세요?

담소 : 음... 지난 이야기, 이미 해결된 이야기 말고, 언니와 가족 얘기하고 싶어요. 문제는 언니와 연결된 욱하는 감정이 자동으로 올라오는 거예요. 자동적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제 언니예요. 제가 생각하기에 언니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언니는 저에게 전화해서 이런 부탁을 해요.


“담소야, 오빠한테 전화해서 나에게 전화하라고 좀 전해줘.”
“담소야, 큰언니한테 전화해서 나에게 전화하라고 좀 전해줘.”
“담소야, 내 남자 친구한테 전화해서 나에게 전화하라고 좀 전해줘.”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짜증이 나요. “언니는 왜 맨날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해? 언니가 알아서 처리해.”라며 거절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해요.


언니가 이런 얘기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기는 해요. 가족들이 언니 연락을 차단해 놓고 전화를 받지 않으니, 저를 통해서 언니의 의사를 전달하려는 거죠.


저는 절대로 이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언니처럼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을 거예요. 애초에 다른 사람들이 제 연락을 차단할 만한 상황을 만들지도 않을 거고요. 그런데 언니는 제가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을 하는 사람이에요.


가끔은 돈을 빌려달라는 얘기도 해요. 50만 원~100만 원 사이에 큰돈은 아니에요. 돈을 빌려달라고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되돌려줘요. 문제는 한두 달 뒤에 또 빌려달라고 해요. 저는 언니에게 이렇게 얘기해요. “1년이고 5년이고 돌려주지 않아도 되니 충분히 사용할 만큼 사용하고 여유될 때 돌려줘도 돼.” 하지만 언니는 빌린 돈을 갚지 않는 것이 불편해서 되도록 빨리 돌려주려고 하죠. 몇 번 반복되면 돈을 빌려주는 게 문제가 아니에요. 돈 관리를 못 하는 언니가 화나기도 하고, 인터넷 뱅킹하는 자체가 귀찮고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런데요. 저 스스로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감정의 쓰레기통에 빠져 허우적대 꼴이 싫어요. 언제까지 화내고 짜증 내는 것을 반복해야 할까요. 이제 더 이상 언니에게 화내거나 짜증 내고 싶지 않아요.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언니는 저와 다른 사람이잖아요. 나는 하지 않는 행동을 언니는 하는 사람이에요. 언니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런 언니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상담사 : 담소님은 언니와 연결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시잖아요. 왜 그렇게 노력하세요? 저라면 많이 힘들 거 같거든요. 꼭 애써서 해결해야 할까요? 피할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도 있잖아요. 애쓰고 노력하는 것이 당신을 더 힘들게 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합니다. 


심리상담 중 상담사가 하는 질문은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도 되었지만,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계기도 되었다. 내가 괴롭기 때문에 괴로움에서 벗어나려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힘들어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나는 괴롭지 않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힘들고 괴로워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
또는 나는 내가 힘들고 괴롭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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