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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다지 Dec 17. 2023

한 번도 하지 않은 행동이 가져온 변화.

제대로 묻지 않은 질문 ㅣ 다섯 번째 시간 - 1

       운명을 결정하는 것

       우리가 던지는 질문뿐만 아니라

       우리가 제대로 묻지 않은 질문도 포함한다.

                  -내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_ p255-



상담사 : 안녕하세요. 지난주는 잘 지내셨나요?

담소 : 네. 잘 지냈어요. 지난주에는 제가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것을 두 가지나 시도했어요. 이것이 상담 목표를 해결하는 데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지난주에 언니 전화를 받고 짜증 나는 일이 있었어요.

집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어요. 화면에 언니 이름을 보자마자 잠깐 고민했어요. ‘받지 말까’

하지만 곧바로 생각을 고쳐먹고 전화를 받았어요. ‘나는 언니와 연결된 감정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요.


“여보세요” 했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대답은 안 하고 계속 “여보세요”만 외치는 거예요. 언니랑 서로 “여보세요”만 10번 넘게 외친 거 같아요. 도대체 왜 언니랑은 이렇게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지 답답하더라고요.


다행히 연결돼서 언니가 전화한 이유를 들었어요. 언니는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다른 대학을 하나 더 다니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에게 동시에 대학을 두 군데 다니는 것이 가능한지 물었어요. 나는 모르겠으니, 언니가 다니고 싶은 대학교에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했죠.


언니는 나에게 물어봤고, 나는 대답해 줬어요.

 

대답을 해줬는데 언니는 또 대학 얘기를 늘어놓으면서 물어보는 거예요. 저는 또다시 얘기했죠.

“언니! 나도 모르겠다고, 대학교에 전화해서 물어보시라고요.”

그런데도 언니는 계속 대학교를 두 군데, 동시에 다니는 것이 가능한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속 묻는 거예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는 일을 해야 하니 그만 끊어야 한다고 말하고 전화를 마무리했어요. 통화 시간을 보니 40분 정도 통화했더라고요.




다음 날 언니와 통화했던 일을 곰곰이 되짚어 봤어요. 내가 왜 짜증을 내는지 분명한 원인을 찾고 싶었죠. 노트를 펴고 나의 감정을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적어 내려갔어요.


노트에 감정을 적는 건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습관이기도 해요. 스트레스 해소법 같은 거죠. 화나고 짜증 나는 감정을 숨기거나 억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던 마음이 후련해지거든요.


써놓은 글을 다시 읽으면서 내가 짜증 나는 부분이 무엇인지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이해하기 어려운 언니의 성격을 탓하고, 비난하느라 부정적인 감정이 바쁘게 움직였다.


자기가 원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이기적임. 사회적 관계 대처 능력이 부족하고, 주변인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함. 자신의 감정 조절 능력이 부족하고, 본능에 이끌려 다니는 무지함.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어요. 이기적이고, 무례하고, 무지한 사람이 우리 언니라는 사람이니까요. 맨날 언니 탓으로 돌려서 마무리하기에는 평생 끝나지 않을 것 같았어요. 반복되는 짜증과 비난과 합리화를 그만 끝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언니를 향한 불편한 감정을 걸러서 빼버리고, 나머지 감정을 관찰하기 시작했죠.




하나하나 뜯어서 보면 별일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리도 짜증을 내는 것일까? 언니는 질문을 했고, 나는 “모른다”라고 대답했는데 언니는 왜 계속 물어보는 것일까? 도대체 언니는 내가 어떻게 해주 길 바라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 나를 가장 답답하게 하는 만드는 것을 알아차렸어요.


-> 내가 언니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 나는 언니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없어요.

-> 언니가 원하는 것을 모르니까.

-> 나는 언니가 원하는 반응을 해주지 못한다.


제가 답답하고 짜증 나는 진짜 이유는 아무리 노력해도 나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나의 욕구는 ‘나는 언니가 원하는 반응을 해주고 싶다’였어요. 언니가 원하는 반응을 해주면 언니의 욕구가 채워지고 우리는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불편한 감정의 진짜 원인을 알고 나자 곧이어 무엇이 빠져 있는지 수면 위로 드러났어요. 생각의 메커니즘이 이런 식으로 흘렀죠.


-> 언니가 원하는 반응을 해주고 싶다.

-> 하지만 나는 언니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 왜? 

-> 단 한 번도 언니에게 물어본 적 없으니까.


그제서야 내가 언니에게 단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저는 상담 공부를 하면서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질문을 하고, 대답을 통해 상대방을 알아가는 거죠. 상담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할 때마다 질문을 활용했어요.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을 언니한테는 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어요. 지금까지 나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고, 착각 속에 빠져 있었어요.


나는 이미 언니를 잘 알고 있다.’


곧바로 착각 속에서 빠져나왔죠.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행동을 시도했어요. 언니에게 바로 전화해서 제가 모르는 것을 물어봤어요.


"언니, 언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어제 전화했을 때 언니가 나한테 원하는 게 뭐였어? 언니가 하는 질문에 대해 대답해  주기를 원했어? 아니면 언니가 하는 그냥 말을 들어주기를 원했어? 언니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그 말을 다 쏟아 낼 수 있도록 들어주는 거?”


"왜 말을 그렇게 해. 서운하게.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 답답해서 물어보는 거잖아. 함께 고민해 달라고."


‘아… 언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등 속에서 함께 고민해 주기를 바랐었구나.’

나는 언니에게 질문을 했다. 그리고 언니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조금은 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하지 않은 행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로 인해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것들을 천천히 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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