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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릿 세이 Jan 06. 2024

사랑은 자유다.

사랑의 의미 ㅣ 여섯 번째 시간 - 1

       희망이 없는 사랑을 하고 있는 자만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다. 

                            -프리드리히 쉴러- 



상담사 : 지난주는 잘 지내셨나요?

담소 : 네 잘 지냈어요. 저의 상담 목표가 ‘가족관계에 얽힌 감정을 해결해서 인간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잖아요. 가족관계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작은 언니와 부모님 관련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아요.


지난주에 작은 언니와 전화 통화를 했는데 감정 변화가 격하지 않고 편안했어요. 짜증이나 화를 내지도 않았고요. 언니와 통화할 때 저는 항상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집중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거든요. 저의 대화 방식은 언니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언니는 해결하려는 대화가 아니라 저와 연결됨을 느끼고 확인받고 싶어 했어요. 소통하면서 언니는 안정감을 느끼고 싶어 했던 거죠. 언니가 원하는 것을 가져갈 수 있는 대화를 위해 노력했고 효과가 좋았어요.   


두 번째로 지난 상담에서 부모님은 3살 때 돌아가셨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원해 보자’라는 결심을 했잖아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한 것이 큰 수확으로 연결됐어요. 속으로 계속 주문을 외우듯이 되뇌었어요.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원한다’라고 3일 정도 되뇌었더니 다른 질문이 떠올랐어요.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이란 무엇일까? 

어떤 것이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일까? 

부모님이 주실 수 있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란 무엇일까? 


기억도 나지 않는 부모님의 사랑을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부모님의 사랑을 받아 봤어야 알죠. 무조건적인 사랑을 부모님이 주셔야 받죠. 주는 이가 없는데 내가 어떻게 받을 수 있겠어요. 주는 사람이 없으니 받을 수도 없잖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관점을 달리해서 부모님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해 봤어요. 부모라는 요소는 통제 불가능하지만, ‘나’라는 요소는 통제할 수 있잖아요. 

만약 부모님이 살아 계신다면… 

나는 어떤 사랑을 원할까? 

부모님이 어떻게 해주시기를 바랄까? 

부모님이 어떻게 해주시면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돈을 많이 주시면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제 대답은 ‘아니요’에요. 돈이라는 것은 타인에게 받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더라고요. 설령 돈을 주는 사람이 부모님이라 하더라도 말이죠. 부모님이 주시는 돈의 대가는 여러 가지로 지불할 수도 있겠지만,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될 수도 있겠죠. 어쨌든 제가 바라는 것이 돈은 아니었어요. 돈은 제가 충분히 벌고 있고 앞으로도 벌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따뜻하게 안아 주시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시면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아니요’ 지금도 충분하게 그런 사랑은 받고 있어요. 이것도 저것도 내가 원하는 사랑이 아니에요. 


저가 원하는 사랑은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에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는 이미 자유롭게 살고 있더라고요. 무엇이든 가능한 건강한 육체가 있고, 무엇이든 가능한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으니 못할 것이 없잖아요. 그렇다면 저는 이미 충분하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요? 지금 보다 더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깨달았어요. 제가 숨 쉬고 살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사랑이었어요. 부모님이 저를 낳아 주셨기 때문에 살아 숨 쉴 수 있는 거잖아요. 내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모님은 충분한 사랑을 저에게 주시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저 감사할 뿐이죠.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어디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자유예요. 자유라는 사랑은 부모님이 주셨다고 할 수 있지만 신이 주셨다고도 할 수 있어요. 저의 부모님과 신의 공통점이 있어요. 부모님도 신도 제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하지만 내가 있다고 믿기만 한다면 느낄 수도 있어요. 신이 주시는 사랑 또한 자유라고 생각하거든요. 나에게 자유를 주는 모든 것이 나에게 사랑을 베풀고 있음을 느껴요. 그것이 사람이든 물질이든 환경이든 상관없이요.


자유는 내가 베푸는 사랑의 표현이기도 해요. 내가 모든 것들에 자유를 주고 있다면 나는 사랑을 하고 있는 거예요. 사람들을 구속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저는 사랑을 베풀고 있는 거예요. 사람이든 물질이든 환경이든 모든 것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그대로 두는 것! 이것이 제가 받고 싶은 사랑이자 제가 베풀고 있는 사랑의 표현들이에요. 


저는 부모님이 안 계셔서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 이래라저래라 강요하실 일도 없으시잖아요. 제가 원하는 사랑은 자유롭게 사는 거예요. 그렇다면 저는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충분하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요? 지금도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어요. 지금의 삶에 감사하고 충만감을 느껴요. 


제가 얘기하는 ‘사랑’에 대해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몇 년 전에 2년 동안 심도 있는 고민을 했어요. 


연인 사이의 열정적인 사랑

부모 자식 사이의 헌신적인 사랑

친구 사이의 친밀한 사랑


이 모든 종류의 사랑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겠죠. 하지만 제가 원하는 사랑은 이 모든 종류의 것을 초월하는 사랑이었어요. 초월적 사랑. 그리고 만족할 만한 결론을 내렸죠. 저에게 사랑이란 자유이고, 부모님이 저에게 주셨으면 하는 사랑 또한 자유예요. 저는 나의 생명을 통해 부모님의 사랑과 신의 사랑을 동시에 느껴요


상담사 : 축하합니다. 담소님의 상담 목표를 이루신 것 같아요. 

담소 : 네 맞아요. 처음 상담센터에 왔을 때 가지고 있던 고민이 해결됐어요.

상담사 : 오늘은 심리검사 분석 결과를 전달해 드릴 예정이었거든요. 이미 상담 목표를 달성하신 담소님께 분석 결과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담소 : 그래도 얘기해 주세요. 분석 결과가 정말 궁금했어요.


"고마워 나의 과거야!"

‘과거의 나’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과거의 내가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찾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처럼 빠른 시일 내에 상담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것 같다. 지난 상담에서 ‘슬픔의 근원’을 찾기 위해 고민했던 것처럼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한참을 고민해야 해야 했을 것이다. 과거의 내가 숙고해 준 덕분에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상담 목표를 이루고 후련한 마음으로 심리검사 분석 결과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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