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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릿 세이 Jan 13. 2024

마음챙김 명상

지식으로 아는 것과 경험으로 습득하는 것 ㅣ일곱 번째 시간

       명상이란,

       '알아차리고 있음' 알아차리는 것이다.

                               -루퍼트 스파이라-


상담사 : 지난주는 잘 지내셨나요?

담소 : 네. 편안한 한 주를 보냈어요. 특별하게는 오늘 상담 시작하기 30분 전부터 독특한 신체 증상을 느꼈어요. 호흡이 부족하고 숨이 차요. 긴장하고 있는 거 같아요. 신체적인 원인은 커피를 마셔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수도 있고, 20분 동안 걸어와서 숨이 차는 것일 수도 있어요. 상담센터에 도착하고 30분이나 지났으면 안정을 찾을 때도 됐잖아요. 그런데 여전히 숨이 여전히 가쁘고, 지금도 말하면서 숨이 딸려요.

심리적 원인을 생각해 보니 선생님과 상담하는 것 때문에 긴장하는 거 같아요. 상담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해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긴장하고 있어요. 마치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앞두고 있을 때 발표를 멋지게 잘하고 싶은 마음에 긴장되고 숨이 가빠지는 것처럼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나의 능력을 표현하고 싶은 것에 온 정신이 매몰되면 숨이 가빠지는 거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행동은 타인에게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이에요.


나는 이러한 능력이 있어요.

나는 이만큼 훌륭한 사람이에요.

그러니 어서 나를 인정해 주세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숨이 차는 신체 반응을 보고 인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또 내가 잘 보이려고 하는구나. 나의 존재를. 나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하는구나’하고요. 지난주에 심리검사 분석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직면하고 바라보면서 수용하려고 합니다. 지금도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긴장하고 있고 말로 표현하고 뱉어 내는 것이 많이 긴장되고 부끄럽네요.


상담사 :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정말 잘하셨습니다. 담소님은 평소 마음이 어지럽거나 힘들 때 스님들 말씀을 듣는다고 하셨는데요. 평소에 명상은 좀 하시나요?

담소 : 음.... 명상보다는 기 수련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들숨과 날숨을 길고 천천히 해서 온몸으로 기를 순환하려고 노력해요. 배꼽 밑에 단전까지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면 정신도 맑아지고 얼굴 혈색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거든요. 근데 명상은 잘 모르겠어요.




상담사 : 오늘은 저와 함께 명상을 해볼까요?

담소 : 네 좋아요.

상담사 : 눈을 감고 자세를 편하게 해 주세요. 편안해질 때까지 심호흡하시고, 제 지시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천천히 손가락 끝을 자각해 보세요. 어떻게 느껴지나요? 손가락 끝을 한번 비벼보세요. 손가락의 지문이 느껴지는지 아니면 다른 감각이 느껴지는지 가만히 주의를 기울여 보세요.

발가락 끝을 느껴보세요. 어떻게 느껴지나요? 발가락을 천천히 움직여 보세요. 발가락이 양말에 비벼지는 감각이 느껴지는지 아니면 다른 감각이 느껴지는지 가만히 주의를 기울여 느껴보세요.

손가락을 느껴보세요. 어떻게 놓여있나요? 손가락이 어떻게 놓여있는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가만히 감각을 느껴보세요.

얼굴을 한번 느껴 보세요. 얼굴에서는 무엇이 느껴지나요? 눈에서는 무엇이 느껴지나요? 입안을 느껴보세요. 무엇이 느껴지나요?

가슴과 배에 집중해 보세요. 무엇이 느껴지나요? 가슴과 배가 부풀어 오르는 감각이 느껴지는지 아니면 다른 감각이 느껴지는지 가만히 주의를 기울여 느껴보세요.

이번에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한번 느껴보세요. 무엇이 느껴지나요? 눈은 그대로 감고 무엇이 느껴지는지 얘기해 주세요. 머리가 지끈지끈한 감각이 느껴지나요? 어디 불편한 곳이 느껴지나요?

담소 : 목에 무언가 걸려있는 것처럼 답답함이 느껴져요. 숨을 들이쉴 때마다 불편감이 느껴져요.

상담사 : 목에 답답하게 걸려있는 것을 저에게 느껴지는 대로 설명해 주세요. 크기는 어떤지, 재질은 어떤지, 색은 어떠한지 얘기해 주세요.

담소 : 주먹 반만 한 크기에 딱딱하고 어두운 회색이에요.

상담사 : 그것에 이름을 붙였으면 좋겠어요. 어떤 이름이 좋을까요? 말랑이도 좋고, 동그라미도 좋습니다.

담소 : 돌멩이요.

상담사 : 좋습니다. 이제부터 ‘돌멩이’로 부르도록 해요. 천천히 편안하게 호흡하면서 ‘돌멩이’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 느껴보세요. 무엇이 느껴지나요?

담소 : 숨을 들이쉴 때마다 ‘돌멩이’가 걸려있어서 답답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돌멩이’가 느껴지지 않아서 호흡이 편해졌어요.

상담사 : ‘돌멩이’가 사라졌군요. 지금 그 상태 그대로가 자유일 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두는 것,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 무엇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지금 상태 그대로가 자유일 수 있습니다.


'지금 이것이 자유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자유와 연결되었다. 자유를 느끼고 희열감에 휩싸이자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지금 이것이 자유다.

그냥 그대로 두는 것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것

아무것도 막으려 하지 않고

편안하게 그냥 두고 지켜보는 것

지금 이것이 자유다.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을 그대로 둔다.

눈물을 멈추려 하지 않고,

눈물을 감추려 하지 않고

신체와 감각이 변화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지켜본다.


얼굴의 미세혈관이 붉게 확장되는 감각

목이 메이고 답답해지는 감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린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저… 알아차리고 지켜본다.




상담사 : 이제 심호흡을 크게 하고 10을 세면 눈을 뜨세요. 10, 9, 8… 3, 2, 1. 이제 천천히 눈을 뜨셔도 됩니다. 어떠셨나요?

담소 :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느낀 감각이 제 삶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선생님이 지난 상담에서 저에게 했던 질문(괜찮으세요? 왜 그렇게 애쓰고 힘들게 노력하세요?)의 의미를 알겠어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자유였어요. 무언가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공부나 지식, 기술 등을 노력해서 습득하면 해당 분야에서 자유롭잖아요. 심리적 문제나, 감정적 문제, 인간관계들도 내가 어떠한 노력을 해서 편안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노력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지만,

너무 애쓰기 때문에 안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명상을 하면서 느끼는 자유는 무언가 달라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만으로 편안한 자유를 느꼈어요. 지금 명상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고 자유로워졌어요.


상담사 : 담소님께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저도 이 감각을 느끼게 된 지 얼마 안 됐어요. 제가 느껴 봤기 때문에 담소님을 이끌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저와 함께 진행한 명상은 ‘마음챙김’이라고 합니다. 마인드 풀니스(Mindfulness), 알아차림(Awaken)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마음챙김은 하루 15분 이상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평상시에도 언제든지 마음챙김을 시도할 수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누워 있을 때나 저녁에 잠들기 전. 또는 걸을 때도 언제든 가능합니다. 마음챙김의 핵심은 내적인 경험을 관찰하고 주의를 기울여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내적 경험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판단하거나 평가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알아차리고 접촉하는 것이죠.

담소 : 마음챙김이나 알아차림은 이미 자주 접하는 단어인데 알고 있는 것과 실제 경험으로 배우는 것은 정말 다른 것 같아요. 그리고 마음챙김 명상이 저의 두 번째 상담 목표[자유롭게 살아가는데 제약이 되고, 한계를 만드는 것들을 발견하여 해결하기]를 이루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마음챙김 명상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상담사 : 네. 오늘 상담은 여기서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 11시 괜찮으세요?

담소 : 제가 10일 동안 템플스테이를 가거든요. 3주 뒤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상담사 : 그럼. 1월 14일 목요일 11시 괜찮으세요?

담소 : 네. 좋아요.

상담사 :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템플스테이 잘 다녀오세요.

담소 :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 봬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안한 자유를 경험했다. 마음챙김! 내적인 경험을 관찰하고 주의를 기울여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 내적 경험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판단하거나 평가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알아차리고 접촉하는 것. 지식으로 아는 것과 실제 경험으로 습득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오늘 실제로 경험으로 습득한 마음챙김 명상이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수용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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