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팔 일째 날 저녁,
저녁 식사 후, 커다란 강당에 들어섰다. 조금 어두운 듯 은은한 불빛과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방석들이 마음을 더욱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모인 사람들은 총 12명, 주지스님과 지도스님 그리고 템플스테이 인원이 전부였다. 참여인원이 모두 모인 가운데 지도스님이 말씀이 이어졌다.
"우리는 지금부터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4시간 집중 명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템플스테이에서 이처럼 긴 시간 동안 명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오늘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명상을 하는지 의미를 알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요. 7:30분이니 8시 전까지 간단한 설명을 하고 8시부터 자정 12시까지 명상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은 음력 12월 8일 부처님께서 도를 깨우치신 성도일입니다. 불교의 4대 명절 중 하나에 속하죠.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성도절에는 많은 불자들이 전날 저녁부터 수행을 하며 밤을 새우는데, 이것을 ‘철야 정진’이라고 합니다. 밤새도록 앉아서 기도를 올리고, 마음을 다스리지요. ‘철야 정진’을 할 때 더욱 집중하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명상을 시작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석가모니가 이날 새벽 3시경에 샛별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으신 것을 따라서 한다면 새벽 3시까지 하는 것이 좋겠죠. 하지만 오늘 여기 모이신 분들은 전문적으로 명상을 하시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저녁 12시까지만 명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불교문화를 체험하러 오셨으니 불교의 4대 명절 정도는 알고 가는 것도 좋겠지요.
초파일 4월 8일:석가탄신일, 부처님 오신 날
출가절 2월 8일:석가모니 깨달음을 찾아 집을 떠난 날
성도절12월 8일: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어 도를 이룬 날
열반절 2월 15일:석가모니 80세에 이 세상을 떠난 날"
주지스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내가 정말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일반적이지 않고, 특별했다. 집중명상을 일반인들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뿐더러, 4시간 집중 명상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고 특별했다. 한마디로 특별한 날을 위한 특별한 행사라는 의미였다. 특별한 날, 지금 이 순간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주최해 주는 사찰에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샘솟았다. 또 불교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서 멀게 느껴졌던 마음이, 주지스님의 설명을 듣고 난 후 심리적으로 불교와 가까워진 것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주지스님의 명상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제 명상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명상을 배우거나 명상을 시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명상을 통해 어떤 이득이 있기를 바랍니다.
초심자들은 기본적인 마음의 평온과 스트레스 해소를 원합니다. 중급자들은 자기 이해와 통찰, 감정과 생각의 관찰을 원합니다. 상급자들은 깊은 깨달음과 내적 자유 그리고 높은 집중을 원합니다.
이처럼 명상의 목적이 각자 다르니, 명상을 통해 각자 원하시는 것을 얻어 가시면 됩니다.
명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집중 명상’과 ‘통찰 명상’이죠. 집중명상(사마타)은 하나의 대상에 집중함으로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집중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통찰명상(위빠사나)은 모든 경험을 있는 그대로 관찰함으로써 내면의 통찰과 깨달음을 얻는 데 중점을 둡니다.
집중 명상은 통찰 명상을 위한 과정에 속하는데 통찰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높은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집중 명상만으로도 마음의 평온과 스트레스 해소 등 유익한 점들은 많이 있으니 어떤 명상을 선택하시든 상관없습니다.
명상 초심자들이 시도할 수 있는 집중 명상은 호흡 명상이 이 있고, 통찰 명상으로는 기본적인 몸의 감각 관찰 명상이 있습니다. 명상 중급자들이 시도할 수 있는 집중 명상은 특정 대상 집중과 만트라(소리에 집중 : 나무관세음보살) 명상이 있고, 통찰 명상으로는 생각과 감정 관찰 명상, 사념 체계 관찰 등이 있습니다. 명상 상급자들이 시도할 수 있는 집중 명상은 깊은 집중 명상이 있고, 통찰 명상으로는 심화 통찰 명상 자아 해체 명상이 있습니다. 어려운 단어와 개념들이 많지만,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이러한 과정들이 있구나 하고 가볍게 넘어가시면 됩니다.
명상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있으니 몇 가지 추천하는 명상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호흡 명상입니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 코로 들어오고 나가는 숨에만 집중합니다.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고, 다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다시 호흡으로 초점을 가져옵니다.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생각이 계속 떠오를 수 있어요. 인식 대상이 호흡에서 다른 생각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마치 카메라 초점을 이것에서 저것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말이죠.
인식의 초점이 다른 생각으로 이동하면, 다른 생각이 떠올랐음을 알아차리고, 다시 인식의 초점을 호흡으로 옮겨 오면 됩니다.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다리가 아프거나, 허리가 아프거나,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거나 하죠. 이 또한 인식의 초점이 다른 감각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인식의 초점이 다른 대상으로 옮겨간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인식의 초점을 호흡으로 가져와 호흡에 집중하십시오.
두 번째는 점에 집중하는 명상입니다. 벽에 작은 점을 그리고 1m 거리에서 응시합니다. 척추를 곧게 세우고 안정적이고 편안한 자세로 앉습니다. 눈을 편안하고 부드럽게 반쯤 뜨고 점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점에 모든 주의를 집중합니다. 마음이 다른 곳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합니다. 눈을 깜빡이지 않고, 시선이 대상에 고정되도록 유지합니다. 호흡 명상과 마찬가지로 점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점을 인식하고 있던 초점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눈앞에 있는 점의 초점 역시 흐려집니다. 눈이 점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초점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따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인식의 초점을 알아차리고, 다시 점으로 인식의 초점을 가져와 응시하면 됩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바보 같은 행위인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이런 게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이 맞나. 이런 짓을 도대체 뭐 하려 하는 것인가. 시간 낭비 아닌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는지 잘 기억해 두세요.
점에 집중하는 명상에서 조금 변형된 트라타가 명상이 있습니다. 이 명상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명상을 즐기고 싶거나 집중력을 향상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촛불이 없어서 지금 시도할 수는 없고, 나중에 따로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트라타가 명상은 점에 집중하는 것과 동일한 형식으로 촛불을 응시합니다. 촛불 이외의 다른 생각이나 시각적 자극은 무시합니다. 1~2분 정도 눈을 깜빡이지 않고 촛불에 집중한 후, 눈을 부드럽게 감고 촛불의 잔상을 눈을 감은 채로 관찰합니다. 촛불 잔상이 시야에 남아있을 수 있으며, 잔상이 사라질 때까지 잔상을 주의 깊게 관찰합니다. 눈을 다시 반쯤 뜨고, 다시 1~2분 정도 촛불을 응시합니다. 이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합니다. 5~10분 정도 연습한 후 눈을 감고 휴식하며 명상을 마무리합니다.
명상 초심자가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집중 명상법이지만, 눈을 깜빡이지 않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짧은 시간부터 시작해 점차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 명상법은 꾸준한 연습을 통해 집중력과 내면의 고요함을 키우는데 무척 효과적입니다.
오늘은 어떠 명상을 시도하든 상관없습니다. 우선 시도해 보세요. 시도해 보고 난 후 느껴지는 증상들이나 궁금증이 나타날 것입니다. 명상을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나 궁금한 것들은 명상이 끝난 후 물어보시면 됩니다.
나는 은연중에 사람들이 명상을 한다고 하면, 모든 사람이 명상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명상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초급, 중급, 상급으로 레벨이 나뉘고, 각 단계마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다.
그렇다면 ‘나는 명상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사실, 나는 내가 명상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 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없다. 그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좋다고 추천하기 때문에 시도해 보려는 것뿐이다.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삶에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것들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명상을 추천하기 때문이다.
그저 나는 잘 살고 싶은 것뿐이다.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삶을 불행하게 살아가는 나 사이에 그들과 다른 점이 무엇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 그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해 볼 수밖에 없다. 그들은 볼 수 있지만, 나는 볼 수 없는 것. 그들은 알고 있지만, 나는 알지 못하는 것. 그들에게는 있고, 나에게는 없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 알고 싶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나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싶다. 그렇게 나도 그들처럼 행복하고, 여유롭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삶이 나에게 안겨주는 것들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싶다.
비록 삶이 나에게 안겨주는 것이 시련이나 고통일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