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대한 단상

by 이지

나는 커피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카페인의 영향이 없다면 하루에 물대신 커피만 먹을 수도 있을 정도이다.


나에 커피에 대한 애정은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엄마는 커피를 참 좋아하셨다. 블랙커피, 믹스커피 등 달콤한 커피 향은 어린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거기에 ‘어른’들만 마실 수 있는 커피라니..! 커피를 먹고 싶어서라도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홀짝홀짝 뜨거운 물에 풀어 먹는 커피란 어떤 맛일까? 너무나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손님들이 오셨고 엄마는 역시 커피와 약간의 다과를 내놓으셨다.

엄마 옆에 찰싹 붙은 아이는 커피 향을 음미하며 얼마나 애타게 그 한 모금을 기다렸을까?

엄마가 내 모습을 보시고는 “너도 한잔 줄까?” 하셨다.

“어른들만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나도 준다고?? “

그때의 설렘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커피를 드디어 나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엄마는 검은색에 달달한 커피를 나에게 주셨고 나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마시는 듯 행복한 얼굴로 한 모금씩 아껴가며 마셨다. 커피는 내 상상대로 역시 맛있었고 달달했다. 훗날 엄마는 내게 미안해 설탕물에 커피알 1-2개를 넣어 타 주셨다고 했다ㅎㅎ


두 번째 커피에 대한 기억은 초등학교 2학년 때이다. 1학년을 마치고 새로운 학급이 된 나는 설렘과 긴장감을 가지고 배정받은 교실로 들어섰다.

근데 우리 교실에는 너무나 환상적인 향이 풍기는 것이 아닌가? 그건 선생님이 커피머신에 헤이즐넛 원두를 가득 내려놓은 향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향

내가 사랑하는 엄마에 이어 예쁘고 멋진 우리 선생님이 좋아하는 커피

어른들만 마실 수 있는 천상의 음료수


나는 그 교실의 냄새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오죽하면 그 선생님처럼 나도 교실 가득 달콤한 커피 향을 풍기는 멋진 선생님이 되어야지! 하는 꿈을 가질 정도였다.


커피는 내게 어른이 된다는 것과 같았다.

호기심이고 설렘이고 경험하지 못한 세계이면서 언제든 빠질 준비가 되어있는 대상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누구의 잔소리나 눈치 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어른이 되었고 바로 카페 알바를 시작했다. 처음 경험한 진한 아메리카노는 너무나 쓰고 텁텁했다. 예상밖의 커피 맛에 놀란 나는 캐러멜 마끼아또, 모카, 바닐라라테 등 시럽을 섞은 커피만 선호했다.


시간이 점점 지나며 쌉쌀하고 씁쓸한 커피의 향과 맛에 길들여지고 이제는 라테나 드립과도 같은 커피가 나의 일상이 되었다. 커피는 나의 애정이 되었고 취향이

되었다. 나는 커피의 얽힌 나의 추억을 사랑하고 그 향을 음미하는 시간이 참 행복하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에는 추억이 담긴 스토리가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에게 커피는 어떤 스토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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