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을 사랑으로 만드는 일

혼인서약서를 가슴에 새기며 살기

by 김열매

결혼식날,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낭독하는 혼인 서약서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다.


서로의 삶을 함께하겠다는 인생의 가장 진지한 맹세이자 약속이다. 그러나 결혼식이 끝나고 일상이 시작되면, 그날의 다짐은 종이 한 장처럼 쉽게 잊히곤 한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서로의 편이 되어주겠다던 다짐은 온데간데없고, 반복되는 다툼의 원인과 해결을 뒤로 미룬 채 ‘혼인신고를 안 해서 참 다행이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기 바쁘다.


결국 언제나 ‘함께하겠다던 다짐’은 사소한 오해에도 쉽게 무너지는 연약한 것이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신혼부부인데, 싸움이 있을 때마다 “혼인신고를 안 해서 다행이다”라며 위안을 삼는다는 내용이었다.

언제든 복잡한 절차 없이 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는 그 말이 농담처럼 보이면서도 상대를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조금 씁쓸했다.


이혼은 나쁜 것이 아니다.

같은 퍼즐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퍼즐이었다면 아무리 맞추려고 해도 결국 맞지 않는다.

그럴 때는 과감히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오히혀 서로를 위한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퍼즐은 없다.

같은 퍼즐이라도, 어쩌면 한 조각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그 부족한 조각을 이해하고 보듬어 서로의 온기로 채워나가는 것. 그것이 결국 결혼식날 낭독했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겠다’는 서약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누군가 내게 사랑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익숙함도 사랑임을 깨닫는 것이라 답하겠다. 익숙함을 사랑으로 바꿀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을 경험할 수 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