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되고 으스러진 날

다섯 번째 편지_과거의 이야기

by 아기도토리


어릴 적엔 가만히 있어도 다가와 주는 사람들이 있었어. 어느 초등학교에서 왔어? 어느 중학교에서 왔어? 네 이름은 뭐야? 뭘 좋아해? 뭘 싫어해? 그렇게 말을 트고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던 경험들.

하지만 그날은 그렇지 못했어.

고등학교 1학년. 먼저 다가가기에 나는 초라한 사람이었어. 아이들은 자연히 무리를 이루고 저마다 즐거운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데 나는 친구를 사귀지 못했어.


“우리 반 아이들은 서로서로 잘 지내요.”


동떨어진 사람.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 사람.


“친구들이랑 놀지만 말고 방과 후에 공부도 좀 해야 한다.”


아무도 모르게 투명 인간이 되고 마는 그런 사람.

나는 점차 아이들과 멀어졌고 그 대신 혼자만의 방을 만들었어. 어둡고 쓸쓸한 빛이 어린 조그만 보금자리를,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어느 날의 청소 시간이었어. 나는 대걸레로 바닥을 닦고 있었지. 그 곁에 빗자루를 들고 어린아이들처럼 장난을 치는 남학생이 두 명 있었는데, 차마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쩌렁쩌렁 소리를 질러대며 교실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었고,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아서 나는 걸레질을 멈추고 한 걸음 물러섰지. 그리고 그 순간 남자아이 한 명이 내 앞에서 발을 헛디디고 말았어. 그 탓에 내 머리에 커다란 빗자루가 쾅 부딪히고 말았던 거야.

“어…….”


남자아이는 뒤를 돌아 나를 봤어. 눈은 커다래지고 입은 벌어진 걸 보니, 아무래도 크게 당황한 듯했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나는 눈을 질끈 감아 버렸어. 아이는 내 앞에 멀뚱히 서서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이 입을 달싹였지만, 결국엔 아무 말도 없이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어.

도망치듯이. 자기가 벌인 일에 책임지지 않은 채, 멀리멀리 달아나 버리듯이.

그 후에도 아이는 나에게 사과하지 않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물감을 칠한 듯 새파란 하늘 위에 하얀 뭉게구름이 떠 있었어.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고, 그 아래 펼쳐진 깜깜한 세상을 봤어.

집 앞에는 죽은 지렁이가 있었어. 누군가의 신발에 밟히고 찌그러진 불쌍한 지렁이. 더운 여름 땅속에서 숨쉬기 힘들어 밖으로 나온 생명. 쨍쨍한 햇볕에 쪄 죽은, 으스러지고 조각나 한없이 고통스러웠을.

개미들은, 벌레들은 지렁이를 양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걸까. 한 조각 한 조각 씹어먹으며 하루를 연명하는 걸까.

나는 게슴츠레 지렁이를 바라보다가 집으로 들어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