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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안 에세이작가 Feb 20. 2020

하필 이 시국에 입원했는데,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 사람을 고쳐주는 병원이 위험하게 느껴지는 때


전 세계 모두 난리가 났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때문이다. 대구 경북 지역에서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두려움과 우려가 폭발했다. 이 사태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아무도 모르는 이때, 나는 하필 이 시국에 입원을 했다. 응급 상황은 아니어서 입원을 미룰 수도 있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한 두려움이 며칠 새 내 안에 더 크게 쌓여 입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목디스크로 인한 팔 저림이 가속화되면서 급기야 오른손 손가락 끝에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팔의 저릿 거림은 이제 약간 익숙해졌지만 손 끝이 반쯤 마취된 그 느낌은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이 느낌이 일주일 뒤 모두 고쳐지리라는 보장은 없었으나 일단 뭐라도 해봐야 했다. 일주일간 입원하기로 결정한 경위를 말하자면 대략 이런 셈이다.


나는 하필 이 시국의 입원이라 며칠간의 생활이 침울하고 지루하고 답답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네. 요즘 병원이 다 이런 것인지. 내가 입원하게 된 이 병원이 좋은 것인지. 입원 첫날 신세계를 경험했다. 나는 이제 일상을 글로 연결해내는 습관이 들었는지 병원 입원이 설레는 일도 아닌데 이곳저곳을 탐색하듯 돌아다녔다. 뭐랄까 약간 기자처럼, 어디 기삿거리 없나 체크하러 돌아다니는 것처럼. 그런데 전반적으로 뭔가 낯설고 좋으면서 신세계다. 말하자면 조금 복잡한데... 환자복을 입은 나도 낯설었지만 일단 병원 시설과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참으로 낯설다. 무슨 힐링 명상 프로그램도 있다고 하고, 오늘 저녁 일곱 시부터 약 한 시간 정도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래방 소리를 들었다. 병실 밖 어딘가에서 환자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줄 노래교실이 열린 것이었다. 충격적이다. 그리고 내가 입원한다니, 병원 밥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하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밥이 정말 맛있네. 배가 부른 상태였는데도 맛이 있었다. 더군다나 병동 한쪽에 피자헛 샐러드바처럼 뭐가 잔뜩 준비되어 있다. 돈을 따로 지불하지 않는 건강식 무제한 샐러드바였다. 그리고 이곳은 환자대기실이나 입원병동도 참 잘 꾸며놨다. 요즘 병원이 다 이런 것인지 내가 처음이라 긍정적으로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 무슨... 족욕탕 시설도 있다. 대단하네. 병원이 아니라 휴양시설에 온 것 같다. 뭔가 알차게 내 몸을 고치고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이런 때에는 오히려 병원이 더 위험하다. 그걸 알기 때문인지 병원에서는 온갖 세심한 노력을 다 기울인다. 하필 이 시국에 입원한 탓에 감사하고 싶은 분들이 생겼다. "지금 이 시각에도 전염병 확산을 막으려 노력하는 모든 의료계 종사자 분들! 너무도 감사합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각 병원의 세심한 방역 노력, 정말 보통 일이 아니네요. 그리고 스스로 자가격리를 선택하고 음성 판정을 기다리는 교양 갖춘 대한민국의 수많은 멋있는 분들. 만에 하나의 확률로 불편함을 감수한 여러분의 책임감에 박수를 보냅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세계의 위기를 현명하게 물리치는 작지만 강한 나라 대한민국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합니다."




새해 들어 느끼고 또 느끼지만. 아프지 말자. 잘 지내자. 우아하고 건강하게. 무엇이든 잃어봐야 소중함을 깨닫는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라는 흔해빠진 말이 온몸에 와 닿는 것은 내가 이 지긋지긋한 팔 저림에 무지막지한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이번 팔 저림만 물리친다면 목, 어깨, 팔에 정말 잘해줄 거다. 곁에 있을 때 잘해야 함은 만고의 진리니까.





있을 때 지키세요. 건강. 건강을 잃으면 산해진미도 금은보석도 소용이 없대요. ^^

산해진미 대신 병원 밥을 먹고, 금은보석 대신 이번 달 급여 명세서를 확인해보는,

건강 조금 잃은 사람이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입원생활  함께 하게 된     

갤럭시북플렉스     

덕분에 별로 안 심심하다.  ^^












***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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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면증 오디오클립 '책 읽다가 스르륵'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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