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증오의 변주곡 : 변화무쌍한 우리들의 감정
“그 사람이 내 마음에 앉은 건, 어느 뜻밖의 순간”이라고 시작하는 이승환의 노래가 있다. 정말 그렇다. 시작이 그렇다. 누군가에게 빠지고,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나와 닮아서 좋아지기도 하고, 나와 너무 달라서 동경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뜻밖의 인연이 과해지고, 집착 가도를 달리면 한순간에 어그러지고, 또 죽도록 미워하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헤어진 연인에게 가지는 애증이 이런 경우가 아닐까.
호감을 가지고 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은 즐거웠다. 상대도 나도 서로를 하나로 느낄 정도로 합일화하는 과정은 경이로웠다. 그런데 그 순간은 영원할 수 없다. 언젠가 멈추어야 하고 굴곡도 거쳐야 한다. 폭포수 아래로 떨어지는 거친 물살을 견뎌내야 매끄럽고 단단한 수석이 된다. 수석이 되어도 영원하지 않다. 산 들 바람 자연도 수련을 거치는데, 하물며 우리는 변화무쌍한 감정을 가진 나약한 사람이다.
수련의 과정을 즐겁게 받아들인다면, 인생은 결코 우울하지 않다. 생각해보면, 오늘 좋아 죽고 못 사는 내 옆의 사람은 언젠가 내가 죽도록 미워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절실한 사랑이 뒤틀리면 화(火)가 되어서 나를 괴롭힌다. 이렇게 괴로울 걸 왜 사랑했나, 왜 가까워졌나 싶겠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참 기쁘지 않은가. 고맙지 않은가.
좋아했고 동경했고 사랑했기 때문에 미워졌다. 그 언젠가 행복이 없었다면 이런 상실감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때는 나의 전부였던 그 사람이 떠나가더라도, 지금 내 옆에 없더라도 그 사람 때문에 나를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 미워도 저주하지 않아야 한다. 미움은 애정의 또 다른 표현이다. 아직 애정을 가졌다면 멀리서 축복해주자. 선한 마음은 언젠가 나에게 행복으로 다시 돌아온다. 오늘 내가 절실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언젠가 내가 죽도록 미워할 사람이다. 즐겁게 조금만 멀어지자. 하지만, 또 모르겠다. 반대의 상황이 일어날지. 오늘 내가 미워하는 어떤 사람이 열렬히 좋아지는 기적이 일어날지도. 새 바람이 불어오면 마음을 닫았던 우리의 마음에 또 누가 들어올지도.
어느 뜻밖의 순간은 항상 있다. 뜻밖의 순간은 그 사람이 내 마음에 앉는 순간. 그 순간이 내게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책 읽다가 스르륵]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 오디오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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