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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안 에세이작가 Apr 17. 2020

우산을 써도 막아지지 않는 빗방울이 있었어

이청안 산문집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중에서




내내 비가 오기를 기다렸다. 기우제를 지내는 것 같은 간절한 마음은 아니었지만 비가 오면 유독 내 생각이 난다는 당신의 말이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게 하였기에, 나는 비를 기다렸다.

 

졸졸졸 창가를 흘러내리던 빗줄기가 거세지며 우르르 쾅쾅 소리를 내면, 잘 알지도 못하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생각했다. 운명이 있다면 우리는 지금 같은 길을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정 반대의 방향으로 내딛고 있을까. 이미 등을 돌리고 걷기 시작했지만 목적지가 같다면 다시 만나게 되진 않을까. 비가 내리는 동안, 나는 내가 어쩔 수 없는 내 운명에 대해 비관도 낙관도 하지 못했다.


결론이 나지 않는 내 생각의 꼬리들처럼, 그칠 듯 말 듯 한 비는 그치지 않았다. 우산을 썼지만, 막아지지 않는 빗방울이 있었다. 소리 없이 와서는 내 발끝이며 어깨를 흠뿍 적셔버렸다. 어쩌면 그 사람을 향한 내 마음도 그랬다. 막아지지 않는 것이었다. 저절로 적셔지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내내 보고 싶었고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니 만나러 갈 수 있었지만, 끝내 가지 못했다. 막아지지 않는다고 해도, 비가 오면 당연히 우산을 써야 하는 것처럼 어딘가로 향해서는 안 되는 마음이 있었다.




제주, 천지연 폭포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낙하를 두려워하지 않는,

천혜의 물 줄기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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