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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안 에세이작가 Oct 23. 2019

눈물이 다 말라야  여자는 이별을 고한다

이청안 산문집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중에서

   남자들은 여자들이 더 지독하다고 말한다. 독종이라고, 돌아서면 끝이라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여자가 독해지면 아무도 못 말린다. 특히 사랑에 있어서 여자는 지독하다. 아니 지독해져야 한다. 여기서 남녀를 구분하는 것은 편가르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여자인 것이 자랑스럽고 좋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은 일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수긍할 것이다. 다만 여자가 이별을 고하는 방식에 대해서, 그 고심에 대해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남녀를 나누었다.

   풋사랑을 제하고 말을 꺼내자면, 여자는 어느 날 갑자기 이별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다. 여자는 이별을 연습한다. 연애를 하는 남녀는 점차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익숙해진다. 그리고 하루 하루 지날수록 더욱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꼭 봄바람처럼 달콤하게 지속되지는 않는다. 계절이 거듭 옷을 바꿔 입듯이 사랑도 그 모습이 계속 변화하지만 권태라는 두꺼운 나무껍질을 껴입은 사랑은 좀처럼 빛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여자는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잠기는 만큼, 그날들 만큼 이별을 준비해나간다.

   여자의 마음은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롤러코스터를 탄다. 괜찮다가, 죽을 것 같다가, 끝이 오는 것이 두렵다가 이내 덤덤해진다. 가끔씩 이유 모를 눈물이 한 두 방울 흐르고, 그 눈물이 말라갈 때 잠을 자고 일어난다. 그리고 눈물이 한방울도 나오지 않게 되면 비로소 여자는 이별을 고한다. 독해서가 아니다. 혼자 먼저 이별하며 연습하기에 무대위로 올려졌을 때, 괜찮아 보이는 거다. 혼자 연습하며 차가운 바닥에 넘어져 내 마음이 다칠 때,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간절하게 바란다. 다시 그의 손을 잡게 되기를. 하지만 끝내 한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았을 때 처절하게 절망하고, 눈물이 다 마르면 여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연습한대로.  


안동, 월영교, 같이 건너면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다’는 그 다리의 빛 번진 야경이, 어쩐지 여자의 눈물과 닮았다.











***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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