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청안 에세이작가 Oct 23. 2019

사랑에도 졸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졸업'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멀어져 갔다. 시간차는 있었겠지만 자의적으로 타의적으로 한 단계의 졸업이 지나면 꽤 많은 사람들을 잊고 살았다.


   나는 지금, 학교가 아닌 회사에 다닌다. 퇴사를 한다면, 졸업과 비슷한 끝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사랑에는 졸업이 없었다. 대상이 달라진다고 해도 같은 과정을 또 겪어야 한다. 팔순에도 아흔에도 새 사랑이 찾아온다면 우리는 신입생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찾는 교정을 거닐 듯이 싱그러울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에는 졸업이 없었다. 다만 상대와의 연애가 심심하게 끝나건 요란하게 끝나건, 완결 지어진 실수투성이 작품만이 남아있을 뿐.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다가 문득 '퇴근이란 참 좋구나' 하고 감사하게 되었다. 퇴근은 퇴사도 아니고 졸업도 아니지만, '실수해서는 안 되는 사람의 시간'을 벗어나 '원래 실수투성이인 인간 이청안'으로 돌아와도 된다는 자유를 주고 있지 않은가.


   사랑에도 졸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빛나는 졸업장을 수여받지 못할 거라면, 퇴근이라도 시켜주었으면 한다. 더 이상 실수투성이 작품을 찍어내지 않고 이제 그만 감사하며 퇴근하고 싶다. 세기의 걸작으로 졸업작품을 만들지 못할 거라면. 사랑, 졸업하고 싶다. 불가능하니 염원하고 있겠지만.


관람차가 돌고 돌았다.그 자리에 일정하게 돌고 도는데도, 내내 걱정하였다.  내 차례가 오지 않을까봐, 마지막이 너무 빨리 올까봐.



https://brunch.co.kr/@baby/11

https://brunch.co.kr/@baby/12

https://brunch.co.kr/@baby/13

https://brunch.co.kr/@baby/14

https://brunch.co.kr/@baby/1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