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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안 에세이작가 Oct 24. 2019

너는 소중하단다

출간 예정 에세이 “헤어진 다음날에도 살아야 한다” 중에서

   중학교 2학년때 담임 선생님께 이런 말을 했었다. "선생님, 세상 사람들 키는 다 똑같았으면 좋겠어요. 얼굴은 어차피 다 다르니까 키는 똑같아서 키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생님도 나도 키가 작은 편이었으니, 선생님은 내 말에 긍정적으로 응답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는 아니었다. "키가 다 똑같으면 무슨 재미가 있어. 제 각각이니까 재미있는 세상이지. 제 각각이라서 소중하고 세상 사람 모두 다 달라서, 너는 소중하단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선생님은 내게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너는 소중하단다'라는 고귀한 말씀을 주셨다. 

   시간이 흘러서 이와 비슷한 말을 다시 듣게 되었다. 삶에 바닥이 있다면, '그 바닥을 경험하는 순간이 지금일까' 하는 아픔을 겪었던 때였다. 나에게는 격동의 한때, 한 친구가 해준 말이 기억난다. "아픈 시간도 결국엔 다 지나간다. 흘러가는 대로 그냥 두자. 이것 또한 아무것도 아니다. 너는 매우 소중한 아이야. 아파도 굶으면 안돼. 우리 나이에 굶는 건 안돼."

   친구가 보내준 하트 이모티콘과 절실한 그녀의 언어에, 나는 지하철 한 가운데서 폭포 같은 눈물을 쏟아내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과일을 샀다. 도저히 밥을 먹을 자신이 없어서. 과일이라도 잔뜩 먹자는 생각에. 나는 소중하니까. 나는 굶으면 안 되니까. 

  

   우리는 가끔, 자기 자신을 타인의 들러리로 전락시킨다. 누가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기어코 그렇게 만들어낸다. 내 잘못이 아닌데, 스스로를 자책하고 원망한다. 또 세상의 주변부로 살아가며 '내가 재미있는 일이 아니라 남이 재미있을 일'에 귀를 기울이고 서성인다. 우리는 모두 내 삶의 주인공으로서 소중하다. 설령 내가 누군가의 들러리처럼 느껴질지라도, 한번씩 내 자신에게 말해주어야겠다. '너는 소중하단다'라고 말이다. 

   한때는 나를 최고로 여겼던 사람들이 모두 나를 배신하고 내 곁을 떠나도, 누군가 나의 소중함을 모르고 나를 버려도, 나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추락시켜도 잊지 말지어다. 나는 소중하다.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라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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