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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안 에세이작가 Oct 25. 2019

사람이니까, 누군가를 미워할 수도 있지

   두려웠다. 나를 미워하는 그 사람을 대면하는 일이 내게는 너무도 두려운 일이었다.  


   아버지는 살면서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인생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내가 깨달은 것은, 적이 없다면 '내 편'도 없다는 것. 나는 아버지처럼 선비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아무리 적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해도 그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 그 모든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적과 마주해야 할 일은 생애 꼭 한 번은 다가오며 그건 사람이라면 모두 다 두렵기 마련이다.      


   그 사람이 왜 나를 미워하는지는 알지 못하였다. 다만, 알 수 있는 감정이었다. 미움은 그저 옆구리를 툭 치고 지나가듯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에서 돋아나기도 하니까. 그래서 깊이를 모르는 그 미움에 넓은 아량으로 다가서지도 못하고 성내며 따지지도 못하고 그냥 혼자 두려워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아졌다. 그가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때로는 순한 양의 모습으로, 또 한순간에 포악을 떨 수도 있지만, 소소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쌓아 올리며 생을 버티어 낸 그저 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 사람이니까 누굴 미워할 수도 있지.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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