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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안 에세이작가 Oct 23. 2019

영원을 기약할 수 없음은 오히려

   칠십대에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한 임원을 통해서, 나는 먼 미래를 상상해 보곤 했다. 이 분은 내게 어머니 같기도 하고, 할머니 같기도 한 그런 분이다. 그분의 젊은 패션 감각과 낭랑한 목소리, 철저한 업무능력은 늘 나를 각성상태에 놓이도록 하기에 존경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그분에게 단 한 가지 슬픔이 보인다면, 십여 년 전 부군께서 회갑이 되던 해에 돌아가셨다는 것. 여전히 부군을 매우 많이 사랑하고 그리워하시는 게 내 눈에 절절히 보여서 그 아련함이 눈빛에 반짝일 때마다 나 또한 고개를 떨구게 된다. 그리고 부부간의 사랑이란 그토록 숭고한 것이구나 다시금 깨닫게 된다.

   임원께서는 여고 동창생들을 만날 때마다, 부러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신다고 한다. 칠십 대의 나이에 아직 현역 임원으로 일하면서 아픈 곳 없이 건강하니 얼마나 좋으냐고. 그런데 그 말씀을 내게 전달할 때의 그분 눈빛을 보고 나는 먹먹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눈빛에는 그리움과 사랑, 잊혀지지 않는 보고픔으로 가득 찬 별이 박힌 것 같았다. 순간, 노후를 함께 보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애틋함이 그녀의 가녀린 온몸을 감싸 아지랑이 온기처럼 솟구치는 것을 보았다. 우리 삶에 영원을 기약할 수 없음은 오히려 찰나의 순간을 더욱 절실히 여기라는 신의 선물이 아닐까. 그분 눈의 별에서 인간 생의 선물을 본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하늘과 구름,사랑했던 사람들이여 먼 훗날 저 하늘에서 다시 만나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좋아한다. 시대와 사람을 어루만지는 특유의 정서가 좋다.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내레이션이 있다.

   "지금보다 절실한 나중이란 없다. 나중이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기에. 눈앞에 와 있는 지금이 아닌, 행여 안 올지 모를 다음 기회를 얘기하기에 삶은 그리 길지 않다. (tvN '응답하라 1997')"

   어쩌면 오늘 이 삶이 우리 삶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다. 지금도 짧은 작별의 인사 없이 수많은 생명들이 저 너머의 세상으로 향해가고 있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이 얼마나 먹먹한 것인지 아는 나이가 되면 사람을 기억 속에만 간직한다는 게 얼마나 아픈 것인지도 알게 된다. 단 한 번 얼굴을 만지고, 눈을 맞추고, 숨소리를 듣고, 그동안 잘 지냈는지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는 그 목소리만이라도 들으면 좋으련만.

   오늘 밤에는 우리가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 꿈에 나와 원 없이 안아보고, 회포를 풀고 다정한 목소리에 취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들은 신의 선물, 그 유효함의 시계는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아 생각보다도 턱없이 짧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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