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게 사랑받고 자라서일까, 완벽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일까,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방어기제 때문일까? 일명 '결정장애자'가 많은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쉽게 결정해야 할 것에 너무 신중하면 소중한 시간이 사라진다.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정이현 작가)'에서 주인공 오은수는 혼자 살면서 대충 밥상을 차려 먹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다"라고. 그 상징성에 꽤나 공감했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를 이루는 주 성분이 될 수 있으므로 제대로 먹으라는 뜻일 수도 있고, 처지에 따라 먹는 것이 달라진다는 말일 수도 있다. 화려한 사람들은 화려한 음식을 먹고 평범한 사람들은 평범한 음식을 먹고, 기본적인 식사가 허락되기 어려운 사람들은 어렵게 식사를 해결한다.
그렇지만 가끔은 끼니를 대충 때워도 된다고 생각한다. 뭘 먹을지는 대충 정해도 된다. 오늘은 김치볶음밥을 먹고 내일은 오므라이스를 먹으면 된다. 그리고 그 순서가 바뀌어도 된다. 쉽게 결정해도 될 것들을 쉽게 정해보자. 절박하지 않아도 될 사항에 대해서는 결정의 무게감을 덜어보자. 대신에 그 시간을 아껴서 신중해야 할 일에 만전을 기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쉽게 결정해야 할 것을 어렵게 정하고, 신중하고 치밀해야 할 일을 너무 쉽게 결정해버린다. 한 끼의 식사시간은 내일 또 오지만, 이미 정해져 버린 어떤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이를테면 인재(人災)로 여겨지는 사고에 연루된 많은 결정이, 그 과정이 더 어렵고 신중했다면 어떠했을까. 그래도 그 사고가 일어났을까.
우리는 좋든 싫든 각자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여기에 신중해야 할지, 쉽게 결정해야 할지는 오직 나만이 정할 수 있다. 그 선택권만은 타인에게 양도하지 말자. 끌려 다니지도 말자. 내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