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지름신이 강림한다고 했었는데 요즘에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어딘가 울적한 마음이 들면 사람들은 그 허전함을 구매욕으로 달래곤 한다. 사고 싶은 게 생기면 며칠 동안 거기에 매달릴 수 있으니까. 그러다 잊혀지면 잊는 거고, 계속 생각나면 그 물건을 사기 위한 여건을 검토한다. 그래도 사야겠으면 결국 과감하게 지른다. 품에 안고 마음에 안 들면 반품을 하고 마음에 들면 좋아서 싱글벙글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 물건이 내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물건을 비싸게 주고 산 건 아닌지 이 물건이 진짜 필요가 있고 활용도가 있는지, 디자인이 예쁘게 나온 건지 사람들 시선에도 신경 쓰고 자꾸만 그 물건을 평가하게 된다. 다른 거 살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물건에 대한 애정은 차츰 시들해지고 언젠가는 다른 물건이 그 물건을 대체하게 된다. 나는 가끔 내가 물건이 된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누군가에게 물건이 된 것 같다. 언제까지나 그 물건을 사기 전까지의 간절함만 바라는 건 내 욕심일까. 애초에 근원적 외로움과 허전함을 다른 것으로 달래려 했던 나의 잘못일까.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변하는데, 그 외로움도 울적함도 살아있음인데 "간절함이 영원한 것"은 죽음으로 박제된 것들 뿐인가?
사랑이 처음 그 마음처럼 간절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아니, 쉽사리 대체 가능한 정도가 아니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