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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안 에세이작가 Oct 23. 2019

내 선택은 언제나 ‘후회가 덜 남을 쪽’이었어

   매 순간 후회 없이 살기 위해 노력하다가 매번 후회할 일을 만들곤 한다.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없어도 너무 없고, 쉽게 쉽게 흘러가는 일들은 하등 도움되지도 않는 일뿐이다. 설렁설렁 생각하고 움직이면 후회가 된다. 나를 위해서, 내 이기심으로 남을 움직이려 들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그래서 항상 선택에도 행동에도 제약이 따르고, 말하는 것은 더욱 조심스럽다. 그런데 어떨 때는 너무 조심해서 가보지 못한 길을, 하지 못한 말을 후회하고 혼자 끙끙 아파하기도 한다.  

   어떻게 살아야 후회하지 않을까. 후회 없는 삶이 어떻게 존재할까. 이 세상은 먼지보다 더 많은 후회의 파편을 머금고 있을 것만 같다. 작고 사소한 후회들이 세상을 부유(浮遊) 한대도 보이지도 않는 먼지를 피할 수 없듯이, 선택도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덜 후회하는 쪽은 정성을 다하고 내 진심을 뒤집어 보이는 쪽이었다. 가슴 벽을 허물며 툭 치고 나온 진심 한 덩어리와 매사에 정성을 더하는 습관이면 시간이 지난 후에 덜 후회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사랑만큼은 예외였다. 정답의 근사치를 측정하는 일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다. 나는 이렇게 하는 것이 ‘후회가 덜 남을 것’ 같다며 당신 손을 계속 잡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당신 또한 그래 주기를 바랐다. 함께 손을 잡고 인생이라는 커다란 산을 쉼 없이 오르기를 바랐다.


오랜 장마 뒤에 햇빛이 나무의 곁으로 왔을 때, 나무는 기뻐했을까 슬퍼했을까  빛이 낯설어 잎이며 가지 모두 날을 세우고마음과는 반대로 몸이 모두 뒤틀려버린다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산행의 ‘시작’을 꿈꿀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선택’ 해야 한다. 산을 끝까지 오르거나 중간에 내려오거나 자신이 ‘덜 후회할 쪽’이 어느 방향인지 생각하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해가 지고, 산허리가 어슴푸레 저녁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면 위험이 도사리는 공간으로 탈바꿈되기 때문이다.

   햇살이 기력을 잃은 것인지, 구름에 가려지고 산꼭대기에 점차 어둠이 비춰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당신은 놀라서 내 손을 놓쳤고 우리 인연이 다 했다고 느꼈다. 나는 그 직후 산을 내려와야 한다고 판단했다. 더는 혼자서 산을 오르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내 손 끝에 아로새겨진 따뜻한 감각도 더 이상 찾을 수 없었기에 산행은 내게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사방을 둘러보아도 나는 아직 산속에 있는 것만 같다.

   왜 아직도 산에서 내려오지 못했을까. 소리 없는 위험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어둠의 그림자가 되어 가는데. 그 산에 ‘더 가보고 싶은 길’이, ‘머리로는 이미 삭제한 산행’이 ‘끝’을 내지 못한 것 같다. 혹시라도 내가 후회를 남길 선택을 하게 될 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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