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연민’이라는 단어를 혐오했었다. 대체 누가 누굴 가엽게 여길 수 있다는 말인가. “사람 위에 사람 없다”는 말을 최고의 정의로 여겼던 나에게 ‘연민’이라는 단어는 ‘악의’로까지 다가왔다. 하지만 요즘 연민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안쓰럽게 생각하고 가엽게 여기는 것만으로 우리는 많은 분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서로에게 연민의 감정을 품는다는 것은 곧 그 사람 자체를 그대로 인정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곧 연민이다.
까놓고 솔직해지면 나는 내가 제일 안쓰럽다. 그래서 타인도 모두 안쓰럽다. 또, 그러하기에 같이 울어줄 마음 한 자락을 남겨 놓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울 때, 같이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사람. 서로 연민의 마음을 품어줄 사람. 지구 멸망이 곧 확정이라면 그 첫날을 끌어안으며, 함께 보내줄 사람. 그 사람을 기다린다.
[경주, 첨성대]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별이 이 곳에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진정 첨성대에게 의미 있었던 단 하나의 별은 무엇이었을까.
아직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