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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안 에세이작가 Dec 16. 2019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감정 그것은

오직 간절한 그리움이 아닐까

   격정 멜로물이 그리워지는 초겨울이 되었다. 거리의 연인들은 저마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그 애틋함의 농도와 애정행각의 수위를 올려가고 있다. 어떤 때에는 사뭇 탐욕스러워 보일 만큼? 보는 내가 부담스러울 만큼. 아니다! 청춘의 사랑은 모두 옳다. 우리의 사랑은 다 옳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당연하고도 어여쁜 마음이니까.  


   그렇게 거리에서 좋아 죽는 커플들을 볼 때면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첫사랑인가? 누가 먼저 고백했으려나? 둘은 헤어지면 서로를 얼마나 그리워하려나? 더 많이 그리워하는 쪽은 누구일까? 그걸 지금 서로 인지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들. 

 
















   사람의 마음 중에서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가장 간절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움. 사전적으로 굳이 정의하자면, '누군가 혹은 어떤 대상을 그리는 마음'이다. '그리움'이란, 눈앞에 그려질 정도로 생각나고 또 생각나서 그리움일까.


   여기 조선시대 어떤 아버지가 귀양을 떠나 딸을 그리워하며 쓴 글이 있다.




#



만사는 모두 구름에 부쳤으니

그리움일랑 가슴에나 새길 밖에.

때로 눈 감고 누워

마음을 모아 생각에 잠기면

예쁜 모습 고운 말씨

아리따운 모양 눈앞에 어려

어느 땐 무릎에 앉힌 듯

때로는 손으로 등을 어루만지는 듯

사랑하는 마음을 말로 다 할 수 없네.

생각만으로도 몹시 흐뭇하여

기쁜 나머지 춤을 출 듯하다가

눈을 뜨면 문득 낭패로구나.

아스라한 망루에는 호각 소리 흐느끼고

황량한 자갈밭에는 어지러운 까마귀 떼

을씨년스런 흙집에는

쓸쓸한 이 몸 홀로 앉아 있네.

내 꼴은 마치 바다 속 부평초 같고

내 마음은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 같구나.




   이광사(李匡師, 1705~1777)가 막내딸에게 보낸 편지다. 아버지가 귀양 가면서 두고 온 딸이 그리워 이리도 애틋하게 마음을 녹여내었다. 지금이야 딸바보 아빠가 흔하지만 그 시대에 어디 그런 애정을 드러냈던가. 딸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이렇게 가슴을 찢을 듯이 속내를 담았을까. 서로 그리워하는 그 마음은 그 관계가 어떠하건 간에 사랑스럽다. 아름답다. 애틋하다. 


   곁에서 멀어지면 아무리 그리워해도 그리움을 전할 수 없다. 때로는 그리워하는 것이 몹시 고통스럽고 죄스러울 수도 있다. 누군가를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것. 그 그리움의 크기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감정의 회오리를 만든다. 아마 그 감정의 회오리는 후회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곁에 있는 사람을 다시 돌아봐야 할, 그리움의 계절이다. 





*** 구독자 80명이 넘었습니다. 감격스럽습니다. ^^ 내년 출간할 에세이 원고 작성으로 브런치 활동을 열심히 하지는 못하지만, 더욱 참신한 글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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