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아이린 인성 논란과 관련한, 나의 평소 생각
연예인 ‘아이린’과 관련해서 인터넷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논란이 증폭되고 소속사와 본인이 직접 사과까지 했다고 하니, 당시 그녀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음은 분명해졌다. 나는 연예인 아이린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그래서 단순히 이 사건만을 놓고 생각한다. 관련 업계에서 인성이나 태도에 결함이 있다고 여겨졌던 사람들이 본인이 자초한 문제로 인하여 단기간 일종의 몰락을 경험하는 이 현상이 그리 나쁘다고 느끼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반갑다.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권선징악 스토리에 학습되어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렇고. 그래서 이렇게 시끄러운가 보다. 터질게 터졌다고 하면서 말이다.
출처 : https://m.wikitree.co.kr/articles/583743
하도 논란이 되기에 그녀의 몇몇 사진을 보게 되었다. 웃는 얼굴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얼굴 너머의 표정이나 감정도 잘 보이지 않았다. 표정에 배어 나오는 마음 상태는 숨기기 어려운 법인데 사진에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인형 같았다. 생동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안타까웠다. 그리고 지금 이 논란의 시간들도 종국엔 오래도록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텐데, 지금껏 평판이 누적되어 금번 사건의 에디터가 녹취를 결심한 것처럼. 처음 이 사건을 접하고는 대체 평소에 어떠했기에 ‘한 명도 편들어주는 사람이 없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지금은 몇몇 가까운 스태프들이 ‘그녀는 사실 따뜻한 사람’이라며 지원 사격을 해주니 다행이긴 하다.
회사에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기회가 될 때 가급적이면 이 얘기를 해주려고 한다. 얘기의 요지는 태도가 곧 회사 생활의 거의 모든 것이라는 말이지만, 풀어서 설명하자면 ‘인사만 잘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정기 공채가 아닌 수시 채용이기에 누군가 입사를 하면 어느 팀의 어느 직원인지 다 알게 되어있다. 입사한 그 사람만 누가 누군지 모를 뿐이다. 그래서 보통은 ‘저 사람은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 생각하고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다니는데, 몇 번 그 광경을 목격한 나는 그래서 신입사원에게 미리 말을 해주자 판단했다.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인사를 하면 처음에는 서로 어색하기도 하고 민망한 부분도 있겠지만, 꼭 인사해야 할 누군가에게 인사하지 않아 차감된 마이너스 점수를 다시 되돌리는 엄청난 노력보다는 훨씬 덜 힘들 것이라고. 그대들의 초창기 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내가 이렇게 조언을 해주면 똑똑한 친구들은 바로 알아듣고, 그렇지 못한 친구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살아온 대로 살게 되어있다. 기본 내실은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걸 아무리 포장하고 순서를 바꿔 아닌 척해보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인생의 큰 굴곡을 겪으면 바뀌기도 하는 것 같다. 나도 금번 사건의 에디터도, 아이린도, 우리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들도 모두 하나같이 다 살던 대로 살아가겠지만 아주 조금씩은 바뀌며 살아갔으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세상 어떤 사람들의 수고스러움이 담겼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만물에 감사의 시각을 느낄 수 있었으면.
내가 어떤 한 사람을 너무 사랑하고 존경해서, 그 사람을 성공시키기는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내가 한 사람을 증오하고 미워하여 복수심에 있는 힘껏 망하게 하기는 쉽다. 기를 쓰고 망하게 할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그럼 이 망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내 부모님을 죽인 원수한테만 드는 마음은 아닐 것이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 사소한 이유로 나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내 안의 이런 나쁜 마음도 잘 다스려야겠지만, 내가 다른 이들에게 한 순간의 불온한 태도로 이런 마음을 품게 하진 않는지 살피고 또 겸손의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태도는 나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나를 무너뜨릴 수도, 나를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
*** 이 글은 에세이 베스트셀러 ‘너의 사회생활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에 수록된 초고입니다.
***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 불면증 오디오클립 '책 읽다가 스르륵'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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