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by 남정은


아이가 무언가를 배우는 모습은

나도 몰래 벵시레 웃음이 나올 만큼 귀엽다.

조그만 손으로 연필을 꼬느고

집중하느라 입술을 감쳐물고

한 자씩 꼭꼭 눌러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찌나 기특한지 머리를 쓰다듬고 싶어진다.

아이에게 받아쓰기를 시키는데

겹받침이 들어간 낱말에서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연필 끝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쓰고 지우고를 되풀이하다가 너무 어렵다며 쫑달거린다.

그래도 안 알려줬더니 책상에 홱 엎드리고 만다.

뒤통수 아래 빼죽 나온 제비추리가 귀여워서 난 또 피식 웃고 만다.

어르고 달랬더니 부루퉁히 나를 치보면서 다시 고개를 든다.

하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다가도

채점해서 한 두개만 틀리면 신나서 엉덩잇짓을 한다.

다 맞은 날은 다른 친구에게 우뚤우뚤 자랑하기 바쁘다.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힘들지만

그것을 이겨낼 만큼 소중한 설렘이 있다.

그렇다. 처음에는 설렘이 깃든다.

하지만 막상 내가 무언가를 시작하려 하면

설렘 때문이 아니라 걱정 때문에 가슴이 우둔우둔 뛴다.

가끔은 어른에게도 속긋같은 도움이 필요하다.

서로 서툰 솜씨를 어여삐 봐주는 마음으로 넘어간다면

어른들도 더 많은 걸 도전하며 살아갈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