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 꼬리가 뭉툭한 삼색이가 있었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녀석이라
첫대바기에는 간식을 줘도 뱌슬뱌슬 피했다.
지드럭거리면 더 줄행랑을 칠까 봐
지며리 기다렸더니
날로 가까이 다가와 앉았다.
어느 날부터는 슬며시 간식을 받아먹긴 했지만
여전히 조릿조릿 주변을 살폈다.
그렇게 또바기 같은 시각에 나갔더니
이제 내가 지나가기만 해도
야옹거리며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길고양이들이 주변에 아슬랑거리면
종종걸음을 놓으며 내 발부리 앞에 앉았다.
그때마다 함함한 털을 쓰다듬고 싶은 걸
얼마나 힘들게 참았는지.
어떤 날은 제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람만바람만 나를 뒤따라오더니
건물 안까지 들어왔다.
키워주지도 않을 거면서 괜히 정을 들였나 싶어
마음이 아팠다.
내가 거처를 옮기면서
그 고양이를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 울음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매일 갑갑하게 지내던 그 시절
귀여운 고양이의 몸짓 하나에
하루 한 번은 꼭 웃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