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보다는 망각에 의해 간파되는 어떤 욕망

모리스 블랑쇼,「기다림, 망각」 읽기(2)

by 김요섭



1.

'거기에 있는 오래된 말'은 침묵한다. '어디에나 머물러 있는', 흔적 없는 '웅성거림'. 어떤 언어는 '반드시 그것을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 '기억'보다는 '망각'에 의해 '간파'되는 서늘한 '욕망'. '낮은 목소리'로, 더 낮음을 향해가는 이는 대답 없음으로 말할 뿐이다. 어떤 것도 듣지 못한 채 듣는, '아무것도 아닌' 목소리. '거의 선명하지 않는 낯선 긍정'은 오직 '망각' 속에서만 머무른다.


2.

그녀의 목소리이나 '그녀가 듣지 말아야만 하는'. '거의 호소하지 않는 어떤 고통'은 '함께' 들을 수 없는 소리이다. '그녀가 한 말'이 아닌, 내맡겨진 어떤 '목소리'. 오직 '허공을 거쳐' 연결되는 낯선 '순간'은 침묵으로 다가간다. '환희의 자유'와 '어떤 내밀성의 말'의 경계에서 붙들린 '막연한 절망'. '곤경'속에서만 관계 맺는 '차가운 손'은 '조용히 되돌려'지기를 원할 뿐이다. '베껴 적어두는 비밀'로는 다가갈 수 없는 망각의 '유혹'.


(14~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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