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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Mar 14. 2023

우발성이 도착할 수 있는, 멍청한 얼빠짐

앙리 베르그송「웃음」 희극적인 것의 의미에 대하여, 읽기(4)



1.

  '기계적 경직성'은 '고유한 내적 기반'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미 멀어져 버린 것, '사라진 소리'를 계속 찾고, 듣는 순간이 노출될 때 웃음은 유발된다. 하나의 전체성을 균열시키는 심연의 조각과 맞닿은 '방심'. 슬쩍 벌어진 틈새로 '우스꽝스러움'이 도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와는 또 다른 낭만적 '방심'도 있다. '별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우물에 빠지는 경우'와 같은 아름다운 상황. 어쩌면 그가 열망한 하늘에는 '심오한' 웃음이 '깃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핵심적 관념'을 중심으로 '체계화'되어 있는, 깊은 '방심'. 그들이 자신을 '교정'하려는 현실적 발버둥은, '무한히 확산적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2.

  '태도'의 의식적 변화는 '웃음'에 이르지 못한다. '본의 아닌 것', 느닷없이 시작된 어떤 '실수'. '신체의 뻣뻣함'이나 관성의 어긋난 '결과'로 이루어지는 사건은 웃음 짓게 만든다. 동일자의 자기 회귀적 반복이 갑작스럽게 노출될 때 드러나는 희극적인 순간. '주의 깊은 적응성'과 '민첩한 유연성'의 부재는 과도한 경직성으로 노출된다. '우발성'이 도착할 수 있는 계기를 열어주는 낯선 사건. 어쩌면 '멍청하게 얼빠진 사람'이 가장 현명한 도정에 서있을지도 모른다. 


(22~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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