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부재의 잔인한 다이빙
파스칼 키냐르 Pascal Quignard「부테스」 읽기(9)
1.
'잔혹한 기원'은 먹거리가 되는 타인 자를 '환기'한다. 손님을 환대하지 않을 수 없는 '계율들(nomoi)' 아래. 주체와 타자의 변증적 관계는 다시 시작된다. 타인자화 될 수 없는 어떤 음(音)은, 결코 소유될 수 없는 '음악'. 타자를 그인 채로 환대하기 위해, 새잡이는 자신의 '엉덩이살'을 잘라낸다. '비인간적' 시간 가운데 누가 주인이고, 누가 손님인지는 더 이상 알지 못한다. 임계부재를 향해 뛰어드는 잔인한 다이빙. 정형화될 수 없는 이야기는 오직 무한한 '음악의 본질'에 가닿는다.
2.
'컴컴한 바다'로 뛰어드는 일은 에로스의 욕망이다. 연인의 희미한 등불에 의지한 채. 다 이해하지 못한, 거친 타자성을 역영하는 존재. 사랑의 여정은 분리된 존재에게는 목숨을 건 도약이다. 물의 기억과 호흡하는 대기의 숨 가쁜 교차. 시원적 장소로 향하는 그의 거친 숨소리는, 이상한 트랜스 상태의 반증일지도 모른다. 결국 파도에 휩쓸리고 만 '레안드로스'. 폭풍에 휩싸인 바다는 '거의 물고기'이거나 '거의 새'를 원할 뿐이기에. 여사제 '헤로' 역시, 연인의 바다이자 태곳적 장소를 향해 몸을 던진다.
(45~5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