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찬」 지그문트 바우만 읽기(1)
'세상 사람들이 기만당하기를 원한다는 말은 일찍이 그 말이 의도했던 것 이상으로 참이 되었다. 사람들은 속임수에 푹 빠져 있기만 한 것이 아니다. 기만이 찰나의 만족이라도 보장하기만 한다면, 사람들은 기만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기만을 원한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것이 애초에 생산된 목적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자기혐오 속에서 애써 눈을 감고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거짓 만족을 주는 것에 매달리지 않는 순간 자신들의 삶이 완전히 견딜 수 없는 것이 되리라는 것을 안다.'_아도르노, [문화 산업에 대한 재고]
눈이 따끔거릴 정도로 쉼 없이 반복되는. 끊임없이 자극하는 쇼츠와 릴스 속에 우리는 눈을 감는다. 시선을 놓을 수 없음으로 자신을 상실하는 '자기혐오'적 기만.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는 부조리한 인생은 견딜 수 없는 것을 도무지 참아내지 못한다. 밝은 액정이 멈춘 뒤 느닷없이 찾아오는 텅 빈 그것. 전적인 무는 결코 감당할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는 그저 삶이 '기만당하기를 원할' 뿐이다.
(7p)